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
그라운드서 독특한 행동 화제
美서는 관중에게 공 던진 '악동'
스프링캠프선 말 안들어 2군행
올해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35)은 출루를 하거나 도루에 성공하면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다. 관중석을 바라보며 왼손을 올린 뒤 바닥에 오른손 끝을 대 알파벳 T자 모양을 만든다. ‘T’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나타내는 ‘토니 플러시(Tony Plush)’라고 한다. 프로 선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을 담아 직접 지은 예명이다.
모건은 T-세리머니로 한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모건이 출루하면 관중석은 자연스럽게 T자 물결이 생긴다. 팬들로서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지만 상대 팀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프로 세계는 상대를 자극하는 과도한 세리머니를 금지한다. 이는 암묵적인 불문율이다. 좋은 타격을 한 타자는 큰 액션 없이 베이스를 밟아야 한다는 게 아직은 보편적인 정서이다. 홈런을 친 뒤 환호를 숨기지 않았던 이만수 전 SK 감독이 현역 시절 많은 빈볼을 맞은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모건의 T세리머니 역시 언제 상대팀과 팬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일단 현재까지 분위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화와 개막 2연전을 치른 염경엽 넥센 감독은 “처음에는 나도 뭔가 싶었다”며 “그런데 경기 내내 지켜보니 일관성이 있더라. 어떤 악의를 품고 약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선수의 스타일로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재우 한국스포츠경제 해설위원 역시 “메이저리그 밀워키 시절 이보다 더한 세리머니를 자주 했고 상대와 충돌이 일어나면 그 중심엔 늘 카를로스 고메즈와 모건이 있었다”면서 “지금 정도는 애교로 볼 수 있다. 모건이 2013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뛰며 동아시아 야구를 배우고 행동도 정제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이어 “적당한 수준까지는 김성근 한화 감독이 이해할 것”이라며 “현재 컨디션이나 분위기도 좋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향후 슬럼프에 빠질 경우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불안 요소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은 메이저리그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탓에 ‘악동’으로 불렸다. 2010시즌 야유를 보내는 관중에게 공을 던져 7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상대 선수와 난투극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2011년 포스트시즌에는 “(상대투수) 크리스 카펜터가 싫다”는 발언으로 상대였던 세인트루이스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일본 무대로 둥지를 옮긴 후 모범적인 생활과 T-세리머니로 일본 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화에 입단한 뒤에도 모건은 화제를 모았다. 일본 고치 1차 스프링캠프 도중 몸을 제대로 만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남 서산의 2군행 통보를 받았고,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도 한 차례 연습 경기에 나선 후 또 다시 2군이 있는 고치로 갔다. 이후 시범경기에 단 한 번도 타석에 서지 못했던 모건은 시즌 직전에야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다시 받아 28일 개막전에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첫 경기부터 4안타를 몰아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모건의 일거수일투족에 각 팀과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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