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기의 진보, 애국적 진보가 대안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기의 진보, 애국적 진보가 대안인가

입력
2015.03.31 16:12
0 0

"성장과 안보 무시. 투쟁일변도...

종북세력과 선 못 그어

반애국적 세력으로 매도 당해

새 진보상 효율 혁신 성장 아울러야"

"애국하면 권력· 충성· 제국 떠올라"

"민주적 헌법이 침해 당하는 지금 애국은 시민불복종 기치 띨 수밖에"

"그냥 진보는 애국적이 아닌가"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좋은정책포럼 ‘진보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토론회에서 김윤태 고려대 교수(왼쪽부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장은주 영산대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진보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좋은정책포럼 ‘진보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토론회에서 김윤태 고려대 교수(왼쪽부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장은주 영산대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진보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애국적 진보”라는 말은 낯설다. 진보 진영이 자유, 분배, 인권을 호소하면서 애국이라 말하지 않는 동안, 안보 성장 효율의 추구를 “나라를 위하는 일”로 포장해온 보수 진영에게 애국의 상징을 고스란히 내준 탓이다. 안보에 무신경한 극단 진보 세력의 행태가 전체 이미지를 왜곡시킨데다, 보수 진영의 종북몰이도 그런 통념을 만드는 데 한몫 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보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애국적 진보주의’를 주제로 열린 좋은정책포럼 기획 토론회는 진보 진영 스스로 애국을 낯간지럽게 여겨온 것이 오늘날 지지기반을 잃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한 걸음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는 진보의 새 정체성 추구에 대해 토론자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현재 진보 진영은 반애국적 세력으로 매도당하며 보잘것없는 주변적 정치세력으로 밀려났고 특히 안보와 경제를 맡길 수 없는 진영이라는 불신을 받으며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황을 이렇게 만든 “낡은 진보”의 모습을 ▲이념과잉으로 비현실적이고 ▲성장과 안보를 무시하며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투쟁일변도로 요약했다.

그는 “종북과 분명한 선을 긋지 못하며 전투주의적 행동양식을 견지해 고립됐고 특히 이석기 내란선동사건 이후 좁은 의미의 진보(정당)는 거의 파산했다”며 “반기업, 반시장, 노동운동 역시 계급적 이기주의 운동으로 인식돼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근현대사에서 진보는 항상 애국에 앞장서 왔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동학혁명, 민족해방운동, 4.19혁명,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그런 사례다. 추구해야 할 새 진보의 모델로는 애국적 진보주의, 지속가능한 진보, 실사구시적 진보, 효율 혁신 성장 등 아우르는 상을 제시했다. 애국적 진보주의 개념은 독일 진보철학자 하버마스가 주장한 ‘헌법적 애국주의’에 기초한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종북과 분명히 선을 긋고 장기적으로 스웨덴식 시장경제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며 “글로벌화가 초래한 국민경제의 불안정성과 양극화에 대응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좋은정책포럼 ‘진보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토론회에서 김윤태 고려대 교수(왼쪽부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장은주 영산대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진보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좋은정책포럼 ‘진보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토론회에서 김윤태 고려대 교수(왼쪽부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장은주 영산대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진보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에 대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 패러다임 모색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언급했다. 그는 “법적으로 많은 반대 논리가 있는데도 국민 70%가 판결에 찬성한 것은 당 지도부가 국민의 해명 요구를 무시하고 공당의 책임을 방기한 모습에 국민이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패러다임을 정교한 이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시민사회와 학계 등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반박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진보가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면서도 “애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권력, 왕, 충성, 제국 등을 떠올리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하기에 앞서 수구집단이 정치적으로 애국의 참뜻을 왜곡하고 공격하면 거기에 당당히 맞서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은주 영산대 법대 교수는 “민주적 애국주의는 그저 단순히 국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헌신을 말하는 것”이라며 “지금 민주적 헌법이 상당 수준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국이 ‘시민불복종’의 기치를 띨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같은 분단 상황에서 애국주의가 아주 쉽게 체제선택론으로 빠지게 된다는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그냥 진보는 애국적이 아니냐는 반문에도 어떻게 답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진보는 그간 오지랖 넓고 산만한 학생처럼 온갖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체성을 잃어왔다”며 “우선 평등이라는 가치에 충실했는지를 먼저 돌아보고 극심한 양극화가 초래한 고통에 집중하며 소위 대한민국 좌파의 길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