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직 맡아 내달 아시안컵 참가
‘불사조’ 박철순 전 프로야구 OB 베어스 투수가 야구 불모지 스리랑카 대표팀의 코치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박 코치는 31일 “내일 스리랑카로 떠난다. 그곳 기온이 오전에도 섭씨 28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뜨거운 곳에서 뜨겁게 일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한 달 동안 스리랑카 대표팀을 가르친 후 5월 4일부터 10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제11회 아시안컵에도 스리랑카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박철순은 선동열의 등장 이전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에이스로 시대를 풍미했다. 1979년 미국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박철순은 한국 프로야구가 탄생한다는 소식에 트리플A 입성을 약속한 팀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OB(두산 전신)에 입단했다. 그리고 아직도 깨지지 않는 단일 시즌 22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정규시즌에서 224.2이닝을 소화하며 24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를 기록하며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하지만 심각한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아픈 와중에도 박철순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섰고 1승 2세이브를 거뒀다.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이 결정된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박철순은 완투승을 거뒀다. 부상과 재활을 수 차례 거치며 박철순은 오뚜기처럼 다시 마운드에 서 그에겐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철순은 “나는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랑을 되돌려 줄 기회를 얻었다”고 스리랑카행 배경을 전했다. 그는 “일주일 전에 윤정현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께서 직접 전화를 하셔서 좋은 일 하자고 말씀하셨다”며 “배명고 대 선배께서 하신 말씀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더구나 야구를 가르치는 일이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에 스리랑카와 ‘교환경기 시행, 코치ㆍ심판 및 스포츠전문가 등 기술임원 교류, 국가대표 선수 우호교류, 스포츠장비 지원 등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체육회는 2015년 스포츠동반자프로그램의 하나로 야구 지도자를 파견하기로 했고, 박철순 코치를 파견 대상자로 선정했다.
스리랑카는 야구 불모지다. 당연히 국제 규모의 야구장도 없다. 박 코치는 “스리랑카 야구 대표팀 수준이 한국 중학생 수준이라고 한다. 환경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불편한 부분이 많겠지만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놀러 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은퇴 후 OB 투수코치로 일하다 1998년 코치직을 사임하고 야구계를 떠났다. 이후 스포츠 용품 사업에 투신해 야구와는 동떨어져 있었지만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야구인의 열정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조용히 갔다, 조용히 돌아오려고 했는데”라며 웃다가 “알려졌으니 더 잘하고 오겠다. 예전에도 떠들썩한 경기에서 더 잘 던진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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