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프랑스 이어 칠레도 격파
A매치 8경기 18골 몰아치며 연승
네이마르에 주장 완장 환골탈태
피르미노, 키 플레이어로 급부상

브라질 국민들의 눈물 샘을 자극했던 ‘삼바축구’의 전사들이 다시 돌아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은 듯, 카를로스 둥가(52)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 A매치 8연승을 달리며 부활을 알렸다.
브라질 대표팀은 지난해 자국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에게 1-7 완패를 당하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브라질 축구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과 원성을 막을 길이 없었다. 브라질은 3, 4위전에서도 네덜란드에 0-3으로 주저앉으며 삼바 축구는 안방에서 몰락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곧장 감독 교체 승부수를 띄운 브라질은 현재까지 완벽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6일 유럽의 강호 프랑스를 3-1로 꺾은 데 이어, 30일에는 칠레를 1-0으로 제압했다. 브라질 대표팀을 향해 외신들은 슬슬 ‘과거 명성을 되찾았다’며 불을 지피는 중이다.
연승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좋았다. 8번의 평가전에서 18개의 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2골 이상인 셈이다.
모두 원정경기 승리라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영국 BBC는 원정 경기에서 강세를 보이는 브라질 대표팀에 대해 “지난해 경험 이후 오히려 홈에서 수천만 마일 떨어져 경기하는 것이 둥가 감독과 선수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에 시달리느니 원정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게 수월하다는 뜻이다.
브라질 대표팀이 살아난 데는 FC바르셀로나의 ‘신성’ 네이마르(23)의 공이 크다. 네이마르는 지난해 월드컵에서 팀이 독일 전차군단 앞에 6점차로 무너지는 것을 벤치에서 망연자실 지켜봐야 했다.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척추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준결승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네이마르 없이 당한 브라질의 완패는 되레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월드컵 참패 직후 사령탑에 앉은 둥가 감독은 네이마르의 공백으로 팀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일각에서는 어린 나이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네이마르는 곧바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8경기 18골 중 절반에 가까운 8골을 네이마르가 성공시켰다. 그는 또 연장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팀 전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최근 평가전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지난해 월드컵에 참가했던 이는 9명뿐이다. 둥가 감독은 공격진에서 새 얼굴들을 기용했고 특히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뛰고 있는 로베르토 피르미노(24)가 키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피르미노는 지난해 11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벤치에서 나와 이름을 알렸다. 프리미어리거 오스카(24ㆍ첼시)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피르미노는 프랑스전에서 오스카의 동점골을 도왔고, 칠레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었다.
이제 브라질을 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정점을 찍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담금질을 해야 한다. 브라질은 6월 멕시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치른 뒤 남미 최고의 축구축제 코파아메리카에 돌입한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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