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이 30일 2단계 연장(신논현~종합운동장역) 개통한 뒤 가장 우려했던 사고는 다행히 없었다. 출근시간(오전 7~9시)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시민들이 일찍 집을 나서면서 그나마 승객이 분산된 때문이다. 그러나 연장 9호선의 혼잡도는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나아졌다고 할 상태는 아니다. 출ㆍ퇴근 시간에는 객실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고, 여성이나 노약자들은 비명과 신음을 터뜨리기 일쑤다. 열차 몇 대를 그냥 보내고도 타지 못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에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을 정도다. ‘지옥철’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아직까지 큰 탈은 없지만 9호선은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 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강남 방향은 출근시간에 하루 승객의 4분의 1이 몰리는 등 혼잡도가 최고 240%에 달한다. 평소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2호선 사당~방배 구간의 혼잡도인 200%보다 높다. 혼잡도 100%는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 상태로, 객실 하나에 160명이 탔을 때가 기준이다. 240%면 380명이 넘게 탄 것이어서 열차가 급정ㆍ발차할 경우 승객이 넘어져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같은 비상사태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9호선이 이렇게 된 것은 애초 승객 수요예측을 엉망으로 한데다 극심한 혼잡이 문제가 된 이후에도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전동차 증차비용을 서로 떠넘기다 시기를 놓친 때문이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전동차 차량을 다른 노선(8~10량)보다 훨씬 적은 4량으로 편성했고, 개통 이후 서울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중 6개가 9호선에 집중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는데도 증차 등 근본 대책은 외면했다. 더욱이 이번 연장구간 개통으로 하루 왕복 540회이던 운행 횟수는 480회로 도리어 줄었고, 출근시간에는 편도 36회에서 34회로 줄었다. 작년 말에야 서울시가 국비 240억 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이달 초 전동차 70량을 발주했지만, 20량은 내년 9월, 나머지 50량은 내후년 말에나 투입 가능해 최소 1년 6개월 이상은 시민들이 꼼짝없이 지옥철에서 신음할 수 밖에 없다. 무상버스 배치 같은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하철 9호선은 시작부터 부실조사, 복지부동, 책임회피 등 탁상행정이 낳은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서울시와 정부는 안이한 행정의 대가는 반드시 애꿎은 시민이 치르게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재삼 확인한 만큼, 9호선 사례를 같은 잘못을 되풀이 않기 위한 부끄러운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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