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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저작권 갈등 ‘해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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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저작권 갈등 ‘해법 없다?’

입력
2015.03.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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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연간 6000억원 규모인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래의 '금광'으로 여겨지는 라디오 스트리밍 음악서비스를 둘러싸고 관련 업체와 협회 간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삼성전자의 밀크뮤직이 불씨였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음악 감상 서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 화근이었다. 막바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무료화 정책에 발끈하고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급기야 밀크뮤직에 음원공급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업체는 무료 이용자들을 다른 유료서비스로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6개월째 계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음원시장도 2~3년 사이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만큼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밀크뮤직과 유사한 방식으로 무료 서비스에 뛰어들 자세를 취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 또 '음악=무료?' 암흑기 다시 오나

라디오 스트리밍 무료화에 반대하는 음저협의 입장은 명확하다. 2000년 초반 음악시장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해갈 무렵 불법 다운로드 시장 때문에 겪었던 고통을 잊지 않고 있다. 유수의 음반사는 '창작-수익-재투자'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줄부도에 처했고, 음악 산업 자체가 한동안 침체에 빠졌다. 그래서 '음악=무료'라는 말에 민감하다.

음저협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자본을 앞세워 음악은 무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음악이 그저 상품을 판매하는데 쓰이는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시장이 활개를 칠 때처럼 창작자인 작사·작곡가 등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렴한 가격 정책을 오랫동안 감내하며 어렵게 만들어 놓은 유료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라디오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 시장의 규모가 확대된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면서도 "무료를 기반으로 한 음악제공은 저작권자의 권익과 시장의 뿌리를 훼손시킬 수 있다. 또 광고 기반 무료 구독 모델이 투자자뿐 아니라 전체 창작자들의 생태계에도 좋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 착한 무료, 소비자-권리자 '윈윈'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려는 업체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음원을 손에 넣는 이용자들을 양지로 대거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접속자들에게 음악을 무료로 주더라도 광고를 통해 수익을 만들고 그 파이를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사업모델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소비자는 공짜라서 좋고, 권리자는 수익을 더 높일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주장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음악 창작자들에 맞서려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경계해야 될 것은 창작자들에게 전혀 기여하지 않는 불법 다운로드"라며 "노래를 무료로 서비스하더라도 충분히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현상황을 답답해 했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이돌 그룹이나 특정 장르에 몰린 음악인들의 소득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금의 대중음악계는 음원 차트 순위에만 갇혀 어려움을 겪는 인디 뮤지션이나 창작자들이 많다"며 "신규 플레이어는 아무래도 음악 마니아 층이 주고객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찾아 듣는 음악은 인기곡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스트리밍/2015-03-31(한국스포츠경제)

■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은 어떻나

미국은 일찌감치 라디오 스트리밍 무료 서비스가 활성화 됐다. 선구자 격인 스포티파이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20억달러(한화 약 2조 3000억원)를 저작권료로 지급했다. 10년도 안 된 기업이지만 가치는 140억달러(약 16조원)로 평가 받고 있다.

이를 지켜본 세계적인 IT 공룡들은 앞다퉈 음원 스트리밍 사업에 숟가락을 올려놓을 태세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비츠뮤직' 앱을 탑재할 생각이다.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뮤직키' 서비스를 기획했다. 월간 방문자가 10억명에 달하는 유튜브의 힘이 스트리밍 시장까지 미치면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미국도 음악 권리자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뒤늦게 대응을 하면서 무료 시장을 견제하지 못했다. 대형 음반사 유니버셜뮤직그룹은 최근 들어 스포티파이와 계약 협상에서 음원 공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다. 소니뮤직과 워너뮤직도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도 국내 사정처럼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업체와 권리자 모두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가 분명 잠재적인 유료 고객을 유치하는 역할엔 동의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익만큼 서로 더 큰 파이를 가져가려는 싸움은 쉽사리 끝나질 않아 보인다.

심재걸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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