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 타결 땐 하루 원유생산량 400만 배럴 복귀 유가 하락 견인
건설·자동차·전자 등 수요 확대… 사우디와는 종파 간 긴장 높아질 듯
결렬 땐 이란 핵무기 개발에 박차, 美는 경제제재 강화로 위기 고조
이란 핵 협상 시한종료(미국 동부기준 31일 자정ㆍ한국 1일 오후 1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4년 이후 11년간 끌어온 협상이 결국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중동 정세에 민감한 국제 원유시장과 자본시장도 30일과 31일 타결에 무게를 두고 움직였다. 이란 석유금수 해제 전망에 원유 가격은 0.4%(텍사스 유가) 하락했고, , 미국 증시는 30일 1.49%나 상승했다가 핵 협상 종료일인 31일 전날보다 0.45% 떨어진 약세로 출발했다.
협상 타결시, 저유가ㆍ이란 ‘건설 붐’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이루면, 한국 경제는 국제 유가 하락과 건설ㆍ상품 부문에서 해외 수요 확대라는 호재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원유 수출과 대 이란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협상 타결은 280만배럴까지 축소된 이란의 하루 원유생산량이 전성기(2008년) 수준인 400만배럴까지 늘어나는 걸 뜻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내놓은 ‘이란 핵협상 전망 및 영향’ 보고서에서 이란이 이미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 수요국에 수입량 확대 의사를 타진 중이며, 이를 계기로 중동 산유국들 사이에 점유율 제고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유 수입에서 한국의 협상 능력이 높아져 그만큼 중동산 원유의 수입단가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가 된다. 원유 수출이 재개되고 금융제재로 막혔던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이란 정부는 민심 안정을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건설 분야는 물론이고 자동차, 전자 등에서 한국 기업의 대 이란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핵 협상이 타결되면 외국 투자자들이 이란에 앞다퉈 몰려들 것”이며 “이란 수도 테헤란의 주요 호텔은 이미 현지 상황 브리핑과 견학을 희망하는 서방 금융전문가들로 붐비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 불탄 캐피털의 앨리슨 그레이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란은 경제 성장이나 잠재적 투자가치 등에서 전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고 중류층이 두터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지역에서의 국가간 힘의 균형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란의 위상이 강화되고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시아파’ 이란을 견제하려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의 행보가 빨라져 예멘과 이라크, 시리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긴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란 핵이라는 ‘메가톤 급’ 위험은 제거됐지만, 이란과 사우디가 후원하는 세력끼리의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분쟁은 더욱 빈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을 믿지 못하게 된 사우디가 이미 수니파 형제국들과 연합해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라크ㆍ시리아의 시아파 정권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또 사우디가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체 핵 무기 보유를 추진할 경우에는 오히려 중동지역의 핵 개발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협상 결렬시, 이란 핵 위기 가능성 고조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다면 이란은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다. 농축우라늄 재고를 늘리고 핵무기 제조물질 생산 기간을 크게 단축시켜 매년 핵무기 1개를 제조하고도 남는 분량의 플루토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공조해 경제제재 조치를 강화할 게 틀림없다. 하루 100만배럴 규모로 축소된 원유수출이 추가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국제유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이 독자 군사 행동에 나서고 이란이 중동산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선다면 우리나라는 원유수급 자체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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