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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라떼아빠, 국가 그리고 출산율

입력
2015.03.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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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는 ‘Lattepappa’(라떼아빠)라는 단어가 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유모차를 밀며 시장을 보거나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이를 보는 아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단어는 부부가 공동으로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것에서부터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게 하는 성평등의 복지제도까지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단어다. 현재 우리나라에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출산율 제고다.

한국의 출산율은 1명 안팎, 여성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낳는 꼴로 세계 꼴찌다. 이러한 저출산율은 급격한 인구감소를 초래하여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고령화가 이 위기를 심화시킨다. 2050년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완전히 역피라미드 형태를 띤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현재 650만에서 1,600만으로 240%의 증가를 보이지만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3,700만에서 2,200만으로 40%나 감소한다.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피부양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노동인구의 감소로 나라가 파산하게 된다. 200년 후에는 지구상에 한국인이 겨우 몇 만 명 남는 멸종 위기에 이른다.

스웨덴에서도 1930년대에 큰 출산율 위기를 맞았다.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논란이 되었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 주도의 ‘부모보험’이라는 복지제도가 출산율 제고로 시작됐다. 그 첫째가 자기 봉급의 80%를 받으며 480일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유급육아휴직제도다. 480일 중 적어도 60일은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도록 하고 있다. 라떼아빠의 일부는 이 60일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맞벌이 가정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반반씩 나눠 한다.

둘째로 중요한 제도가 취학 전 만 1~5세 사이의 유아가 다니는 유아학교제도로 우리나라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한 형태이다. 에듀케어철학에 의한, 놀이에 초점을 둔 사회화 과정의 보육과 교육이다. 스웨덴 유아학교는 양질에 저렴하다. 대부분의 교사는 사범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보육을 전공했다.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이 1대 5 정도다.

유아학교에 드는 부모의 비용은 첫아이는 월 20만원 남짓, 둘째 이후부터는 반감에 반감이 된다. 부모가 지불하는 이 비용은 전체 유아학교 비용의 8% 정도이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거의 무상보육이다. 현재 85%의 유아가 유아학교에 다니고 있고 부모가 원하는 시점에서 늦어도 3개월 이내에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렇게 양질의 저렴한 유아학교가 있어도 아이가 1년 6개월이 되기 전에 유아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거의 없다. 또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휴직 후 돌아오는 육아휴직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주도록 하고 있다.

셋째로 중요한 제도는 아동보조금이다. 18세 이하의 자녀 한 명 당 18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모든 아이에게 주어진다. 여러 명의 자녀를 둔 경우엔 아이 한 명당 보조금에 다자녀 특별보조금까지 주어진다. 유아학교와 아동보조금이 다산정책으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박사과정까지 무상인 것을 감안하면 스웨덴 부모들이 육아와 교육 때문에 출산을 꺼려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스웨덴을 위시한 많은 유럽 나라들이 출산율 2명 안팎인 것은 이와 같이 복지제도를 통해 국가가 공동육아 및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정치의 최급선무는 출산율 제고를 통해 나라를 파산의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지 않도록 육아휴직을 제도화하고 권리화해야 한다. 성평등을 위해 일정 기간 남성의 육아휴직도 의무화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고, 양질의 저렴한 공립 유아학교를 대폭 늘려 국가가 유아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행복한 라떼아빠가 거리를 활보하도록 해야 한다.

황선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ㆍ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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