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만 시민과 장기종합대책 추진, 공공청사에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녹색건축물 2000만원까지 지원, 베란다 태양광 시설 400가구 보급
읍면 단위도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아름다운 순천만을 끼고 있는 ‘생태도시’ 전남 순천시는 2015년을 에너지 자립도시 원년으로 정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신재생 에너지원을 찾아 지역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 자립 선도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있다. 시는 이를 위해 에너지 자립 순천형 중·장기종합계획을 마련 중이다. 계획이 확정되면 28만 시민과 함께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생태수도로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순천시는 2012년 11월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듬해 8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한 발 앞선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역 에너지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의견과 제안을 받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제안 내용은 정책에 반영된다.
현재 순천시가 자체 생산·관리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은 공공청사에 태양광 10개소, 태양열 4개소, 지열 4개소, 바이오 1개소, 매립가스 1개소 등 총 20개소다. 발전량은 태양광 1만7,377kw, 태양열 3,060㎡, 바이오 750kw, 매립가스 4,160kw 등으로 대부분 태양광에 의존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비율은 주암 수력발전소까지 합치더라도 연간 3.3-4.6%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순천시는 여러 지표로 볼 때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매우 유리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시는 올해부터 모든 공공청사에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도입한다. 앞으로 순천시 관내에서 건축하는 신규 공공건물은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율 30%를 맞춰야 한다. 시는 지역특성에 유리한 태양에너지 활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공공청사·사회복지시설의 옥상 및 주차장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월 ‘순천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를 제정, 녹색건축물을 신축하거나 개축할 경우 지원하기로 했다. 녹색건축물이란 에너지 이용 효율 및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비율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녹색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공사비의 50%내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며, 옥상이나 벽면녹화는 녹화가능면적이 50%이상 되고 면적은 30㎡이상 조성하면 공사비의 50%내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된다.
기존 공동주택도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면 지원한다. 첫 사업으로 아파트 베란다 미니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이다. 이 사업은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부착하는 것으로 실내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올해 4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이며 1차로 150가구를 선정 보급했다.
발전시설은 표준 모델 250Wh 규모 기준으로 한 달에 25-28kw의 전기를 생산하며, 이는 냉장고 900ℓ 1대 소비량에 해당하는 전력이다. 가구별로 한 달에 7,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가구당 설치비용은 총 68만원으로 자부담액 28만원을 제외한 40만원은 시비로 지원한다.
도심뿐 아니라 읍면단위도 자립마을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야흥마을을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해 표준 모델로 개발했다. 이 마을에는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마을회관과 건강관리실에 태양광 조명을 설치, 현재 전력 자립률 100% 이상 가동하고 있다. 이로써 이 마을은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게 됐다. 나아가 마을단위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상업용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발생된 수익금 일부를 주민 편익 사업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시는 2018년까지 에너지 복지가 실현되는 자립마을을 11개 읍면에 각각 1개소이상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201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주택지원사업’과 연계해 태양광, 태양열, 지열 설치 주택 100가구를 대상으로 시·도비 보조금 1억2,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순천에 소재하고 건축물 대장상의 용도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1가구당 1개의 신재생 에너지원만 해당된다.
교통안전시설도 태양광 발전설비가 도입된다. 에너지 절감형 탄소섬유 발열의자 8개소, 승강장 LED 태양광 안전조명등 40개소, 버스정보시스템 11개 읍면 승강장 30곳에 태양광을 설치하기로 했다.
친환경 미래 이동수단인 전기자동차 보급도 확대키로 했다. 올해 개인과 기업 등 지원 대상을 선정해 오는 6월까지 전기자동차 5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전기차 1대당 차량비 2,300만원과 완속충전기 설치비 60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 차종은 ▦레이·쏘울(기아자동차) ▦SM3(로노삼성자동차) ▦스파크EV(한국지엠) ▦i3(BMW코리아) 5종류다.
전 국민의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순천만정원은 국가정원 제1호 지정과 연계, 에너지 자립률 100%로 만들어 에너지 생산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순천만정원 동·서문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자립률은 48%로 2018년까지 100%를 목표하고 있다. 올해는 순천만정원 내 자체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시행한 지역에너지절약 융·복합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국비지원사업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는 무엇보다 에너지 자립도시 완성을 위한 시민 참여와 활성화 교육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 생산으로 편익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사업은 시민참여형으로 설계하고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기를 공기처럼 편하게 소비하는 데만 익숙한 탓에 개인이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 한걸음씩 실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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