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원금이 멋데로 쓰이고 있다?
위험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인접마을에 지원되는 원전지원금이 취지와 달리 허튼 데로 쓰여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전이 있거나 건립될 곳 주변의 마을 방재ㆍ방호사업을 비롯한 주민 복지와 수익사업에 사용해야 하는데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홍보성, 선심성 사업이나 사용처가 모호한 곳에 쓰여지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배덕광(새누리당 해운대ㆍ기장 갑)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한 시민단체가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한수원 고리본부의 2007ㆍ2014년 사업자 지원금 집행 내역을 보면 방재·방호 사업 대신 체육대회나 지역행사 지원, 노사합동 등산학교 지원, 지역문화축제 및 단체 행사 지원 등 홍보성·선심성 사업에 쓰인 예산 비중이 높았다. 특히 지난해 지원 사업 내역에는 ‘지역 현안 해결 및 지역 특성에 따른 여건 변동 사업’에 6억6,000여만원, ‘부대사업’에 2억1,000만원이 각각 집행됐지만 둘 다 사업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기타 사업’이었다. 기타사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합리적인 지출이 아니라는 것이 시민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7년의 경우 기타사업 예산이 37억원이 넘어 전체 예산의 3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하지 못한 원전지원금의 문제점은 이미 국민권익위원회나 환경단체가 지적했었지만 현재까지도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성본부, 한빛본부, 한울본부 등 한수원의 다른 사업장의 사정도 고리본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분석이다.
한수원의 투명하지 못한 지원금 집행을 두고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한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는 한수원이 예산 집행의 칼자루를 쥐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에 크게 기본 지원사업과 사업자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기본 지원사업은 발전량에 따라 정부가 지자체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고 사업자 지원사업은 발전사업자가 전기 판매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직접 집행하는 것이다. 사업자 지원사업은 보통 지자체나 지역 주민, 단체 등을 대상으로 사업 공모 후 사업소심의위원회와 지역위원회, 본사 심의를 통해 지원이 확정되는데 사업소심의위와 본사 심의의 주체가 한수원이다. 한수원이 자의적으로 홍보성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지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러니 원전 주변 마을 주민들은 공동 경비가 필요할 경우 원전에 손을 벌리게 되고 나아가 지역 경제가 한수원에 종속되는 결과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해마다 한전과 한수원이 배정하는 원전지원금은 전국적으로 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집행이 투명성과는 거리가 한참 있어 보인다.
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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