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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돋보이고 싶지는 않다" 양의지, 그는 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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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돋보이고 싶지는 않다" 양의지, 그는 포수다

입력
2015.03.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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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
두산 양의지.

포수는 외로운 자리다. 쪼그려 앉아 공을 받아야 하고, 몸을 날려 블로킹도 해야 한다. 또 이닝이 교체될 때마다 무거운 장비도 차야 한다. 요즘에는 숱한 비난을 우습게 넘기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그의 주변에는 홈런을 맞아도 포수 탓, 도루를 허용해도 포수 탓하는 사람들뿐이다. 결국 포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커녕, 욕만 배불리 먹는 존재다. 중고교 선수들이 포수를 기피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힘드니까’이다.

지난 28~29일 두산과 NC의 2015시즌 개막 2연전이 열린 잠실구장. 첫 날은 결승 홈런을 터뜨린 1루수 김재환(두산)이, 이튿날은 FA(프리에이전트)로 팀을 옮긴 후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낸 장원준(두산)이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이 둘에게 팬과 언론의 시선은 고정됐다.

그런 와중에 29일 경기 9회초까지 마스크를 쓴 양의지(28ㆍ두산)가 더그아웃 한 편에서 조용히 장비를 풀고 있었다. 얼굴은 땀 범벅, 볼 주위는 여전히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따지고 보면 양의지도 2연전 동안 김재환과 장원준 못지 않은 활약을 했다. 개막전에서 결정적인 도루 저지 2개로 상대의 기동력을 끊었고, 이날 역시 쐐기포 한 방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아울러 9안타를 맞은 선발 장원준이 실점을 1점으로 막은 것도 양의지의 좋은 리드가 한 몫 했다.

하지만 “수고했다”는 코칭스태프의 말 한 마디가 전부였다. 본인도 이제는 익숙해진 듯, 덤덤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준비만 하고 있었다. ‘오늘 어땠냐’는 질문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투수들 구위 얘기부터 꺼내는 양의지. 그는 포수였다.

-개막 2연승이다. 물음표로 가득했던 어린 불펜 투수들이 의외로 안정적이다.

“다들 좋은 공을 갖고 있다. 기복이 있고 경험이 문제인데 제대로 된 평가는 데이터가 쌓인 다음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무조건 씩씩하게 던지라고 말해 준다. 맞아도 좋으니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주문한다. 함덕주, 김강률, 윤명준에게는 올 시즌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두산도 강해진다. 얻어 맞아도 보고 적극적으로 싸워도 봐야 안지만(삼성)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맞는 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1, 2차 전지훈련 때 후배 투수들에게 밥도 많이 사줬다고 들었다.

“내가 아주 활발한 성격이 아니다. 후배들이 다가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몇 번 밥 사준 게 전부다. 살갑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밥 먹을 때는 야구 얘기를 전혀 안 한다. 맛있게 먹고 사는 얘기 한다.”(양의지는 포수 후배들에게는 신발을 선물했다)

-개막전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다음날에는 멀티히트를 쳤다.

“사실 개막 직전 타격감이 너무 좋았다. 외국인 타자 루츠와 내가 가장 잘 맞고 있었다. 그런데 첫 날 안타를 하나도 못 치다니. 아무래도 NC 투수들이 먼저 알고 나와 루츠만 잔뜩 경계한 것 같다. (둘만 무안타 경기를 했다). 그래도 (29일 경기에서) 홈런이 나와 다행이다. 파울이 될까 조마조마 했는데 폴을 맞고 떨어지길래 됐구나 싶었다.”

-도루 저지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NC의 빠른 선수들을 두 차례나 잡았는데.

“운이 좋았다. 아직 어깨가 100%는 아니라 걱정이 많긴 한데, 투수의 퀵 모션도 빨라 잡을 수 있었다.”

-빠른 선수가 1루에 있으면 볼 배합이 달라지나.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타석에 있는 타자가 우선이다. 만약 직구를 요구하다가 안타를 맞으면 투수가 흔들린다. 내가 볼배합을 아주 단순히 해서 주자가 늘어날 경우 투수의 밸런스만 무너진다. 나를 위한 볼배합은 없다. 내가 그라운드에서 돋보이고 싶지는 않다.”

-작년에 도루 저지율이 좀 떨어졌다. 올해 대부분 구단이 기동력 야구를 추구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양의지의 최근 도루 저지율은 0.413(2011년)-0.375(2012년)-0.304(2013년)-0.271(2014년)이다)

“늘 3할을 넘겼었는데 작년 이후 도루 저지율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고 있으니 도루 저지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올해는 3할5푼이 목표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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