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보는 시야와 자신감도 가져… 요즘 드문 팔색조 같은 배우" 평
또 터졌다. 최근 출연작마다 히트다. TV드라마 ‘상속자들’로 20%대의 시청률을 견인했고, 영화 ‘기술자들’로 256만3,836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도 29일까지 113만6,853명이 보며 흥행을 예약했다. 김우빈의 활약에 기댄 성과들이다.
김우빈은 2, 3년 전만 해도 구름에 가린 작은 별이었다. 모델 출신 탤런트로 설명되던 샛별이었다. ‘친구2’로 잠재력을 과시했다. “곽경택 감독이 김우빈이라는 신인을 과감하게 발굴한 것만으로 ‘친구2’는 의미 있는 영화”라는 말이 개봉 전 충무로를 돌았다. 관객들의 호응도 제법 컸다. 297만1,475명이 보며 김우빈의 왕별 진화에 힘을 더했다. 충무로의 예감은 현실이 됐다. “충무로 시나리오 10편 중 8편이 김우빈에게 간다”는 말도 있다. 새로운 대세가 됐다.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김우빈의 얼굴은 모순이다. 못생긴 미남이다. 인터넷에서 “공룡을 닮았다”는 말까지 떠돌 정도다. 커다란 눈은 선하나 슬쩍 올라간 눈꼬리에 반항기와 불량기가 고여있다. 거리에서 거칠게 자란 불량청소년처럼 보이다가도 곱상한 얼굴로 무공해의 웃음을 환히 짓는다. 부잣집 막내아들 외모다. 앳된 소년이 됐다가 험한 남자가 된다. 김우빈도 동의했다. “특이하게 생겼고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개성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외모를 강점으로 들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얼굴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잘생긴 것처럼 연기를 하니까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일을 맡겨주는 듯하다. 귀티보다는 불량한 쪽이 더 강하다. 상당히 활동적이고 거칠 것 같은 이미지다. 그런 모습을 버리고 싶지만은 않다. 신인배우에게 반항아 이미지는 주목 받기 좋다. 선택 받았다고 생각한다.”
배역도 부티와 반항기가 교차하는 역할들이 많다. ‘친구2’에선 살기가 넘쳤다. 그가 연기한 성훈은 결손가정의 전형적인 문제아다. 친부는 조폭이었고 성훈이 태어나기 전 비명횡사했다. 양부들은 주먹과 욕설로 성훈을 대했다. 폭력으로 다져진 성훈은 뒷골목의 사내로 성장한다. 김우빈은 조폭으로 커나가는 비행청소년을 스크린에 세묘한다. 회칼에 피를 묻힐 때의 눈은 마주보기 두려울 정도로 이글거렸다.
‘스물’의 치호 역할에도 김우빈의 외모는 적절히 활용된다. 치호는 기성세대가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사태평이다. “술 마시고 클럽 다니며 놀기도 피곤하다”며 부모에 항변하기까지 한다. 이성관계도 그리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책 없는 청춘인 치호가 밉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의 악행과 한심함은 종종 짓궂고 철없는 장난으로 해석된다.
‘상속자들’과 ‘기술자’에서도 김우빈의 이중성이 빛을 낸다. 재벌가의 아들이면서도 복잡한 출생의 비밀 때문에 자신도 억누를 수 없는 열등감을 품는다(‘상속자들’). 금고를 순식간에 터는 범죄기술자인데 화끈하면서도 명석한 매력남으로 묘사된다(‘기술자들’). 나쁜 남자이면서도 한 없이 나쁜 남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이한 방식으로 대중은 그를 소비한다.
그렇다고 외모에 무임승차하지 않는다. 단단한 연기력도 자산이다. 그의 연기는 ‘상속자’의 기품을 풍기면서도 '기술자'의 기운을 놓치지 않는다. 비결은 성실함이다. 김우빈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인물의 일대기를 작성해보고 백문백답을 만들어보며 인물을 파악해 본다”고 했다. “좋아하는 색깔과 좋아하는 사람 등 그 인물이 아니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다 보면 인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김우빈은 연기에 대한 꿈조차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오직 모델을 목표로 삼았다. “원래 많이 내성적이고 촌스러운 외모”였는데 “당시의 큰 키(179㎝)만 믿었다.” 고교시절 일화는 모델을 향한 그의 집념을 보여준다. “고2 때 지금의 키(187㎝)가 됐는데 몸무게는 58㎏이었다. 살을 찌우려 운동을 시작했고 하루에 계란 한판(30개)씩 먹었다. 밥은 따로였다. 세 달 동안 그렇게 하니 72㎏이 됐다. 무용학원을 다니며 자세를 교정했고 쇼도 많이 보러 다녔다. 대학 들어가선 술자리도 거의 안 가고 연습실에서 살았다.”
모델에이전시에 들어간 뒤 최종 목표는 모델학과 교수가 됐다. “연기는 안 할거라 생각해 모델에이전시의 연기수업도 초반엔 혼자 빠졌다”고 김우빈은 말했다. 광고 촬영장 갔다가 난처한 상황과 마주했다. 운전 연기를 한번 해보라는데 제대로 못한 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모델이 되려면 연기도 배워야겠구나, 나중에 좋은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연기도 알아야겠구나…” 그렇게 배운 연기에 김우빈은 “설레고 두근거렸다”고 했다. “연기를 무척 해보고 싶다”는 열망은 지금의 김우빈으로 이끌었다.
김우빈의 앞날에 대한 충무로의 기대는 현재보다 더 크다. 성장가능성이 아직 남았고 카메라 앞에 오래 머물 배우가 되리라는 평가가 많다. 심영 팝콘필름 대표는 “요즘 매우 드문 팔색조 같은 배우다”며 “작품 보는 시야도 넓고 유명 배우나 감독에게 묻어가려 하지 않는 자신감도 지녔다”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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