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양면 프라이팬 대박 비결? 바로 정직함이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양면 프라이팬 대박 비결? 바로 정직함이죠"

입력
2015.03.31 04:40
0 0

시골 농고 나와 막노동·노점상…

주방용품 사업에 뛰어들어

"세상에 없는 제품 만들어보자"

"원가 절감보다 품질개선이 우선

해외진출하고 소형가전도 도전

유행 타지 않는 명품 생산이 꿈"

주방용품 제조업체 해피콜의 이현삼 대표가 30일 서울 가산동 해피콜 디자인연구소에서 프라이팬 제품을 손에 들고 제조공정과 코팅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주방용품 제조업체 해피콜의 이현삼 대표가 30일 서울 가산동 해피콜 디자인연구소에서 프라이팬 제품을 손에 들고 제조공정과 코팅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전세계에서 양면 팬을 쓰지 않는 곳이 없어요. 중국에서는 ‘짝퉁’만 100개가 넘을 겁니다.”

이현삼(49) 대표가 만든 주방용품 전문업체 해피콜은 몰라도 2001년 세계 최초로 출시돼홈쇼핑 최고 인기상품이 된 양면 압력 팬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면 팬은 붕어빵 기계처럼 뚜껑 역할을 하는 프라이팬이 하나 더 달려 있어서 뒤집으며 요리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치며 해피콜을 연 매출 1,500억원대 회사로 만들어 줬다. 덕분에 이제는 외국인들도 알아보는 브랜드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 뒤에는 남모를 고생담이 숨어 있다.

최근 서울 가산동의 해피콜 디자인연구소에서 만난 이 대표는 시골 농고를 나온 막노동꾼 출신의 사업가다. 비록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인맥은 없지만 그에게는 생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과 “세상에 없는 제품을 정직하게 만드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

거창농고 졸업 후 무일푼 상경한 그는 여인숙에 묵으며 일용직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렇게 모든 푼돈으로 노점상을 시작해 전국 시장을 돌며 20여 가지 제품을 팔아 목돈을 벌었다. “숟가락 냄비 프라이팬 등 팔아보지 않은 물건이 없고,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시장이 없었습니다.”

중간도매상으로 발전해 제법 큰 돈을 손에 쥔 이 대표는 직접 물건을 제조해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주방용품 시장에 뛰어든 그는 1999년 해피콜을 창립했다. “주방용품 제조는 첨단기술이 필요하지 않아요. 진입하기 쉽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당시 국내 주방용품 시장은 외국산 천하였다. 국산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팔리지 않았다.

브랜드 경쟁에서 밀리고 가격으로도 승부할 수 없다면, 결국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수 밖에 없었다. 평소 붕어빵 기계를 눈 여겨 보던 이 대표는 양면 팬으로 생선을 요리하면 연기와 냄새가 적게 나고 열효율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영감을 얻어 음식이 흐르거나 새지 않도록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특수 실리콘을 장착해 양면 팬을 출시했더니 홈쇼핑에서 ‘대박’이 났다. 덕분에 이 제품은 15년이 지난 현재도 히트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피콜이 출시한 제품들은 다른 국산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40~50대 주부들이 앞다퉈 찾는다. 고순도 소재와 최고 등급의 코팅원료를 사용해 긁힘과 마모, 부식에 강하기 때문이다. “국내업체 대부분이 가격에 민감해 원가 절감에만 신경 써서 품질개선을 소홀히 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5년간 연구개발한 IH 프라이팬 출시를 앞뒀지만 사소한 결함이 발견되자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1년이나 판매를 미뤘다. 신제품 개발에 돈을 쏟아 붓다가 부도가 날 뻔한 적도 있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그의 집념은 대단하다.

이 대표는 올해 해외진출과 소형가전사업 진출이 목표다. 올 초부터 한류스타 이영애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이유도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다. 해외 바이어 상담과 국제전시회 참가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이 팔리는 제품보다 세상에 없는 제품, 세월이 흘러도 유행을 타지 않는 명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