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석·박사 과정 후원
입학이 곧 채용, 인재 확보 산실로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교통물류 석사과정에 진학한 유검근(27)씨는 위험물 안전운송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다른 청년들과 달리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우리가 처음 시도하는 독특한 실험인 계약학과 채용조건형 학위과정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계약학과 채용조건형 학위과정이란 중소ㆍ중견기업들이 UST의 석ㆍ박사 과정을 후원하고,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 채용을 보장받는 방식이다. 국내외 일부 대학들이 대기업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응시 기회를 주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아예 중소기업 채용을 조건으로 학위과정을 지원하는 제도는 유일하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채용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우수 두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미래 인재를 육성한다는 의미가 있어서 1석3조다.
유씨는 졸업 후 중견물류업체 한익스프레스에서 일하게 된다. 연간 학비 2,000만원도 내지 않는다.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기업, UST가 학비까지 나눠서 지원한다.
충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에서 동물학을 공부한 정진선(27)씨는 올해 엔지켐생명과학이 후원하는 UST의 기능유전체학 석사과정 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도 졸업과 동시에 엔지켐생명과학에서 일하게 된다. 유씨와 정씨 같은 혜택을 받는 학생은 전국에 5명뿐이다.
30일 UST에 따르면 계약학과 채용조건형 학위과정이 새로운 인재 확보의 산실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조건이 괜찮아 올해 UST의 전기 입학 경쟁률이 최대 7 대 1을 기록했다.
UST의 수업방식은 독특하다. 출연연구기관 전문가들이 UST 교수를 겸하고, 수업도 교수가 몸담고 있는 해당 연구기관에서 이뤄진다. 유씨의 경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위험물을 실은 차량의 과속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유씨는 “일반 대학원 수업은 이론 위주이지만 여기선 현장을 체험하며 공부한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전문성과 열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 보고 선발한다. 유씨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물류관리사 자격증 등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씨의 지도교수인 김재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공에 대한 열의와 발전 가능성에서 다른 지원자들과 차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UST의 실험은 점차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은우 UST 총장은 “출연연과 연계한 기업맞춤형 교육이라는 차별화한 장점 덕분에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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