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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세월호를 불편해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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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세월호를 불편해하는 사람들

입력
2015.03.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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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ㆍ메르켈에 ‘7시간 공백’ 없어

특위는 무력화, 선체 인양은 시간 끌기

권력 훼방, 개인 무관심 달라진 게 없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최근 입법예고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을 요구하며 내달 16일까지 416시간 동안 이곳에서 노숙 농성과 촛불집회 등을 하고, 내달 4∼5일 안산 합동분향소부터 광화문광장까지 도보 행진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최근 입법예고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을 요구하며 내달 16일까지 416시간 동안 이곳에서 노숙 농성과 촛불집회 등을 하고, 내달 4∼5일 안산 합동분향소부터 광화문광장까지 도보 행진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150명을 태운 독일여객기가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에 추락한 시간은 지난 26일 오전 10시53분. 그로부터 불과 25분 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섰다. 사고개요를 브리핑하고 “우리 땅에서 일어난 비극”이라며 애도했다. 비슷한 시각에 보고를 받은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일정을 중단하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랑스와 협력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을 위로했다.

유럽정상들의 신속한 대응을 보고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참사 당일의 광경이 떠올랐다. 오전 8시52분에 구조요청이 들어왔는데 청와대의 첫 대응조치는 83분이 지난 10시15분에 나왔다. 청와대 브리핑은 100분이 지난 10시30분께야 이뤄졌다. 마이크 앞에 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변인이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를 일찍 파악해 국민들 앞에 직접 섰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부는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를 믿고 기다려주십시오”라며 구조를 독려하고 위로했다면 말이다.

산케이신문류의 터무니없는 비방에는 관심이 없다. 궁금한 것은 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국민 앞에 나서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과 비서실장, 청와대 상황실, 해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해양수산부 간에 언제 어떤 내용의 보고와 지시가 있었고, 어떻게 대처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부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누군가를 공박하고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게 아니다.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 국가시스템의 문제가 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바로 그걸 하자고 만든 게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다.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통과됐다. 그러나 반년이 되도록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조직과 예산이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가 발목을 잡아온 탓이다. 태업으로 일관하다 엊그제 내놓은 시행령은 사실상 진상규명을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진상규명 범위는 정부의 조사결과 분석에 국한했고 조직은 정부기구로 전락시켰다. 특별법에 명시된 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졸지에 사라졌다. 특위를 고사시키려고 작정한 듯하다.

세월호 선체인양도 기약이 없다. 실종자 9명을 찾아 가족 품에 돌려주기 위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사고해역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 선체인양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술적 검토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는 판에 박은 말뿐이다. 민관조사단이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고 내부 결론을 내렸고,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 60%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지가 여러 달이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1주기 전에 인양계획만이라도 밝혀달라고 애걸해도 들은 체 만 체다.

세월호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사라진 7시간 행적’이 도마에 오르는 것을 꺼리는 박 대통령뿐이 아니다. 세월호 대처에 책임이 있지만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세월호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그럴 터이다. 세월호는 ‘교통사고’고, 특위는 ‘세금도둑’이라고 몰아붙였던 새누리당도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세월호가 다시 부각되는 게 반가울 리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어도 세월호를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다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게 그들의 정서다. 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자들을 가려 재판에 넘겼으니 끝났다고 여긴다. 그러나 세월호참사는 현행법의 틀 속에서 재단한다고 해결된 게 아니다. 세월호에는 그 동안 우리사회에 쌓여온 부조리한 관행과 부패, 비리, 권력의 무능, 국가의 책임방기 등 구조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런 것들을 다 들춰내 바로잡지 않고서는 우리사회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세월호 1주년이 다가오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다. 부도덕한 권력과 개개인의 무관심 때문이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오직 선한 자들의 무관심이다.” 보수주의 정치철학자 애드먼드 버크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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