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된 엄마 황당 설정에도 시작하자마자 시청률 10% 넘어
"사회가 해결 못 하는 일… 통쾌"
엄마들이 뿔났다.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지킬 수 없어서다. 학교라는 그늘 아래 횡행하는 학교 폭력, 왕따 등의 문제를 접한 엄마들의 분노는 더욱 그러하다. 더 이상 학교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국립국어원까지 그들을 인정했을까.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문제에 분노해 그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여성’, 바로 앵그리 맘이다.
MBC 수목극 ‘앵그리 맘’이 다소 황당한 설정의 판타지 액션물인데도 시작하자마자 시청률 10%를 넘어선 데에는 이런 앵그리 맘들의 속을 긁어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앵그리 맘’의 초반 내용은 고교생 딸을 둔 조강자(김희선)가 딸이 다니는 학교에 들어간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었지만 학교폭력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강자는 학교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딸 오아란(김유정)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선생님을 찾아가지만 “차라리 전학을 가라”는 권유에 울분을 토한다. 득달같이 찾아간 경찰, 교육청에선 “증거 부족” 운운하며 신고조차 못한다. 아는 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다 좌절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한 학생이 재판을 기다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을 목격하면서 조강자는 다리에 힘이 풀린다.
조강자가 신고접수를 거부하는 경찰을 향해 “네 딸이 폭행당하면 이렇게 가만히 있을 거냐!”며 눈물을 삼키는 대목에서 앵그리 맘들은 함께 분노한다. 중학생 두 딸을 키우는 주부 최수영(47)씨는 “학교 폭력을 묵살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학교에서도 내 아이를 지켜줄 수 없다면 나라도 학교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정혜진(49)씨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나 몰라라 하고 법 역시 유명무실하다면 어떻게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무척 걱정된다”고도 했다.
현실이 암담한 만큼 앵그리 맘들이 조강자를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크다. 극중 조강자는 몸소 가해자로 여기는 고복동을 폭력으로 되갚아 주려 하고, 딸을 지켜주지 못한 선생님들에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며 쏘아붙인다. 그런 강자는 신임 국어교사이자 담임인 박노아(지현우)에게는 “쌤(선생님)이 약해 보이는 순간 아이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지켜줄 수 없다면 나서지 말라고 충고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딸을 둔 박지수(50)씨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엄마들이 더 앵그리 맘이 됐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에 극중 조강자가 직접 학교와 폭력 학생,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게 통쾌하기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소장은 “드라마 ‘앵그리 맘’에서 보여지는 학교 폭력 등의 문제는 과장된 게 아니라 비일비재한 문제”라며 “지난해 세월호로 가뜩이나 사회에 불신을 가진 엄마들에게 드라마는 현실성 있는 터치로 어두운 부분을 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학교 폭력을 역시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는 접근, 유치한 판타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연기력의 부족이 드라마의 한계로 지적된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앵그리 맘’ 속 김희선이 서류를 위조해 학교로 들어가 조폭친구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코믹하기 그려지지만, 결국 평범한 우리 엄마들은 절대로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반어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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