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명제다. 좀처럼 살지 않는 (소비) 심리를 북돋우고자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규제, 대규모 경기활성화 자금, 꼭 조이고 있던 기준금리까지 잇따라 풀었다. 모두 만만찮은 부작용이 예고된 것들이었지만, 심리 해빙을 위해선 기꺼이 모험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던 결과다.
하지만 심리 회복에 풍부한 유동성(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에서, 최경환팀은 더 큰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매년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정부의 세금수입 예측이 그렇다. 아직 초반이라 해도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올해도 ‘4년 연속’ 세수 펑크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벌써 지난 3년간 계획보다 못 거둔 세금만도 22조1,000억원. 논란이 한창인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누리과정)의 한 해 예산이 각각 2조5,000억원, 4조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세금이 생각보다 덜 걷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 바로 그 ‘생각’이다. 현실에 비해 생각이 너무 앞서는 데서 비극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짤 때, 다음해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예상(둘을 합쳐 경상성장률이라 부른다)해 그에 맞는 세수를 추산한다. 10조9,000억원의 세수가 모자랐던 작년의 경우, 정부는 애초 경상성장률 6.5%(3.9% 성장+2.6% 물가)를 기준으로 세수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수입에 맞춰 지출 계획(예산안)도 세웠는데 결과는 4.6%(3.3% 성장+1.3% 물가)였다. 2%포인트 가까운 차이는 고스란히 재정적자로 쌓였다.
작년 만의 얘기가 아니다. 2011~2013년 사이 해마다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는 1.0~2.2%포인트나 됐고, 물가상승률의 오차 역시 0.9~1.6%포인트에 달했다. 현실보다 훨씬 과도한 경상성장률 예측이 부풀려진 세수 계획을 만들고, 덜 걷힌 세금만큼 약속한 예산지출은 제때 줄이지 못하니 결국 그 빈 구멍을 빚으로 메우는 구조가 벌써 몇 년 째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전망에 기초자료가 되는 한국은행의 전망도 요즘은 이런 추세에 동화되는 듯하다. 한은은 올해 향후 3년간 지킬 물가목표를 정해야 한다. 2~4%였던 지난 3년간의 목표를 2년째 달성하지 못했지만 한은이 올해 새 물가목표를 1%대로 낮출 것 같지는 않다. 역시 당분간은 실제보다 높은 물가상승률 전망이 세수 추계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때마침 지난주 감사원이 지적한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 과대 포장은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한다. 2013년 3월 정부는 향후 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2013년 5.2%, 2014년 6.3%, 2015~2019년엔 평균 7.2%가 될 거라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2013년 수익률은 4.2%였고 작년 상반기엔 2.3%에 그쳤다. 이런 식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당초 2060년쯤 고갈될 걸로 봤던 국민연금 기금이 훨씬 일찍 바닥난다는 게 감사원의 경고였다. 가깝게든, 멀게든 안 그래도 불안한 미래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더 불안할 거란 통계가 날마다 반복되니, 어느 경제 주체라고 무모하게 심리를 펴겠는가.
당장 살림은 안 좋아도, 잘 될 거라 믿고 소비도 임금도 늘리자는 게 요즘 정부의 당부다. 하지만 매년 부풀려진 성장률, 수익률 전망이 반복되는 사이 경제 주체들은 더 이상 정부가 말하는 미래를 믿기 어려워진다. 번번이 빗나간 예측을, “생각만큼 현실이 받쳐주지 않았다”고 변명하기 보다 먼저 현실에 맞는 생각을 하는 게 지름길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구호도 최소한의 믿음이 전제돼야 먹힐 테니 말이다. 매번 속고 살지만, 때론 돈보다 중요한 게 신뢰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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