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체육기자 홍윤표 ‘프로야구 난투사’ 발간
한국 프로야구 34년의 어두운 과거인 ‘난투사’를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30여년 체육기자 외길을 걸어온 홍윤표씨가 집필한 ‘한국프로야구 난투사’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이후 그라운드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물리적ㆍ정서적 충돌과 숨겨진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35년 전 프로야구 제1호 몰수게임의 당사자인 백인천 전 MBC 청룡 감독 겸 선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최근엔 관중이 선수나 감독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도구가 새총ㆍ물총 수준에서 깡통, 레이저 포인터 등으로 진화하는 모습까지 경기장 내에서의 각종 충돌의 역사를 고증했다. 또 난투극이 벌어졌던 당시 숨겨진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전하고 있다. 빈볼이 얼굴에 맞는 순간 포착 장면, 삼성 외국인 타자 브리또의 김응용 감독 습격사건, 해태 김봉연 코치가 심판의 뺨을 때린 장면도 곁들여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그것들이 단순한 시비나 난투극이 아닌, 이념이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비신사적인 행동을 응징하기 위한 보복성 빈볼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면서도 무릎 쪽으로 위협구를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한ㆍ일전마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관중들의 집단 난투극이 ‘한민족의 울분을 토해내는 배설구’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또 1999년 롯데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가 한국 무대에서 난폭한 성향을 드러낸 이유를 개인의 성향, 상대 팀 투수들의 지나친 견제와 자극, 일부 몰지각한 관중의 거친 관전 태도 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저자는 “세월의 흐름에 희석, 풍화돼 사라지기 직전에 야사(野史) 같은 정사(正史)와 정사 같은 야사를 정리,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업의 산물이다. 누군가 그 시대의 분노와 우울의 그림자를 역사로 갈무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대신했다”고 머리글에 밝혔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서평에서“한국 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책이다. 하지만 그 아픔과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진정 프로야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한국 프로야구의 민망한 과거를 건강한 시각으로 되돌아본 책이다. 아무도 거론하려 하지 않는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지 않은가”라고 출간 의미를 더했다.
저자 홍윤표는 1982년 한국일보사에 입사, 이듬해부터 일간스포츠에서 체육기자로 20여 년간 일하고 2004년 인터넷 스포츠신문 OSEN을 설립,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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