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느림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김성태의 티베트 인문지리 기행서‘티베트에 美치다’를 발췌해 연재한다. 그는 3,000km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이 거대한 울타리를 이룬 티베트 고원을 종단했다.
마나사로바 호숫가에 도착하니 구름 사이로 내리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과 감청색의 짙푸른 호수가 맞는다. 바다 같은 호수너머로 히말라야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다. 히말라야의 한 줄기로 마나사로바 호수 곁에 있는 나이모나니산(7,694m)이 카일라스와는 또 다른 웅자로 만년설로 머리띠를 두른 채 구름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푸르다 못해 검정색이 도는 호수면은 바람 한 점 없어 유리알 같다. 호수 면에 거꾸로 비치는 설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성스러운 산 카일라스 발치에는 성호(聖湖)인 마나사로바 호수와 이웃해 귀호(鬼湖)인 락샤스탈 호수가 있다. 같은 호수로 이웃해 있으면서 이름 자체가 ‘성’과 ‘귀’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대칭되고 있는 것이 의아스럽다. 왜 락샤스탈 호수에 악을 상징하는 귀자가 붙었을까. 치우곰파에서 내려다보이는 락샤스탈 호수의 풍경은 곰파 밑 강줄기가 휘돌고 있는 마을과 어우러져 마나사로바 못지 않게 아름답다. 카일라스의 빙하가 녹은 물을 담고 있는 두 호수는 네 귀퉁이로 물이 흘러내려 네 개 강의 발원지가 된다. 동쪽은 ‘마췐허’로 얄룽창포, 부라마푸트라 강을 거쳐 갠지스 강으로 합류하고 서쪽 강줄기는 ‘상췐허’로 수트레이 강의 원류가 된다. 남쪽은 ‘쿵췌허’로 갠지스 강의 지류인 카르랄리 강의 시작이고 북쪽은 ‘스췐허’로 인더스 강이 여기서 시작된다.
두 호수는 큰 개천 크기의 강줄기인 ‘강가추’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마나사로바는 둥근 태양의 모습으로 빛의 힘을 대표하며 선을 상징한다. 반면 락샤스탈 호수는 물이 짠 염호로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은 호수인데다 초승달처럼 생겨 어둠을 상징하며 악에 비유된다. 그래서 그런지 락샤스탈 호수는 카일라스 성지에서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순례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해발 4,586m에 자리한 마나사로바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형 담수호다. 흔히들 남미의 티티카카호수(3,812m)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로 잘못 알고 있다. 남쵸, 암드록쵸와 함께 성지로 꼽히는 3대 호수다. 카일라스가 ‘우주의 중심, 우주의 기둥’으로 불리는 것처럼 마나사로바는 ‘우주의 자궁’으로 불린다.
마나사로바 호수는 힌두의 주신인 시바신의 부인이 목욕을 했다는 전설과 마야부인이 이곳에서 목욕재계를 하고 태몽을 꾼 후 부처를 잉태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티베트 토속 종교인 뵌뽀교에서는 카일라스를 아버지, 마나사로바를 어머니로 숭배한다. 근래에는 인도의 성자인 마하트마 간디의 유골 일부가 유언에 의해 마나사로바 호수에 뿌려졌다. 티베트 불교와 힌두교, 뵌뽀교의 신자들이 죽기 전 순례를 꿈꾸는 성지가 바로 성산 카일라스와 성호 마나사로바다.
호수에 발을 담가본다. 업보로 얼룩진 심신이 정화되기를 기원하며 손과 얼굴을 씻는다. 출처=‘티베트에 美치다’(포토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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