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범경기 막판 김현수(27ㆍ두산)는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감기 몸살 탓에 컨디션이 나쁜 데다, 타구도 뜨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타율 3할8푼7리(31타수 12안타)에 7타점으로 최종 리허설을 마친 김현수는 “잘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볼이 많다. 좋은 현상은 아니다”며 “이 맘 때쯤이면 늘 감기에 걸린다. 이번에는 좀 심해 힘까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악몽이 생각날 듯도 했다. 2014시즌 초반 김현수는 “2군에 갈 각오까지 돼 있다”고 했다. 16경기에서 57타수 11안타 타율 1할9푼3리에 1홈런 4타점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야수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을 찍고 있었다. 동료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타격 기계’ 김현수는 역시 건재했다. 그는 지난 28일 NC와의 2015시즌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29일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에 결승 득점을 올렸다. 본인 걱정과는 다르게 공이 잘 뜨고 있다.
김현수는 29일 경기를 앞두고“다행히 열은 다 내렸다. 기침만 나오고 있다”며 “사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건 다 내 자세가 안 좋아 그런 거다”고 웃었다. 이어 “운 좋게 공이 떴다. (28일 경기에선) 병살만 치지 말자고 했는데 솔직히 어떻게 홈런까지 쳤는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공 보고 공 치기 아닌가. 타이밍만 맞히자고 한 게 운 좋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타격폼에는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올 스프링캠프에서 다리를 들어올리지 않는 신인 시절 폼으로 돌아간 그는 “뭘 해도 안 맞는 건 똑같지 않겠습니까”라고 호탕하게 웃은 뒤 “다리를 안 들면서 확실히 히팅 포인트가 넓어지는 건 있는 것 같다. 맞히는 데 급급한 스윙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또 “올해 내 야구의 테마는 ‘즐겁게’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야구를 해야 보는 사람도 신이 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생각이 많아지면 야구를 잘 못한다. 병원에서 발목 뼛조각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니 신나게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하겠다. 내겐 목표 같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잠실=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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