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10개 클럽 자유이용권 판매 재개
록 공연장엔 광란의 메탈 파티
관객들 서로 몸 부딪히는 슬램 파티
재즈클럽선 박주원 기타 공연도



홍대의 밤이 살아 있는 음악으로 하얗게 불타 올랐다. 수직 하강한 밤 기온도 청춘의 열정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곳에선 우렁찬 록이 터져 나오고 또 다른 곳에선 다소곳한 포크가 흐르며 또 한 곳에선 감각적인 전자음이 쏟아졌다. ‘불(타는)금(요일)’이 따로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음악이 온 몸을 적신 땀과 함께 홍대를 휘감는 밤이었다.
4년 만에 부활한 라이브클럽데이(전 사운드데이)가 ‘대박’이 났다. 27일 밤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리는 라이브클럽데이의 두번째. 10개 클럽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야심이 컸지만 지하철 홍대입구역 계단에서부터 불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에 막혔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콘서트가 열리는 KT&G상상마당은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수십 명이 줄을 서 있다.
록 밴드 아시안체어샷이 공연하는 클럽FF는 고막을 찢을 듯한 기타 연주가 아담한 공연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80여명의 관객은 보컬과 기타 소리에 맞춰 ‘떼창’을 했고 기타 연주를 흉내내기도 했다. 오후 8시밖에 안 된 이른 시간인데 이미 공연에 푹 빠져 자유분방하게 몸을 흔들었다.
라이브클럽데이에선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처럼 2만원짜리 티켓으로 홍대 앞 10개 클럽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가장 먼 클럽 사이도 10분 정도 거리여서 관객들은 수시로 메뚜기처럼 옮겨 다닌다.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하는 김준석(25ㆍ가명)씨는 “SNS를 통해 알게 돼 오늘 처음 왔다”며 “홍대 클럽 전체를 활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KT&G상상마당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이 이미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줄이 늘어서 있다. 공연장이 꽉 차 관객이 빠질 때까지 대기하는 줄이다. 특히 여성 관객의 비중이 높고 떼창의 품질도 다른 것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재즈 전문 라이브 클럽인 에반스에서는 퓨전 재즈 밴드 웨더 리포트의 곡들을 연주하는 트리뷰트 공연이 차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좌석에 앉아 감상하는 모습이 일어선 채 몸을 흔들며 보는 록 밴드 공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클럽 타에서는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의 메탈 파티가 한창이다. 진한 화장에 호피무늬 타이즈를 입고 가죽 채찍을 휘두르는 귀엽고 재미있는 밴드다. 무대가 객석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거의 같은 높이다. 밴드가 노래를 하는 마이크에서 불과 50㎝ 거리에서 헤드뱅잉을 하는 쾌감은 클럽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매력이다.
라이브클럽데이에서는 TV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밴드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게이트 플라워즈, 딕펑스의 공연 때는 객석 가운데로 발걸음을 내딛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지명도와는 상관 없이 개성을 내뿜는 다양한 음악,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지 않는 뜨거운 열기는 라이브클럽데이의 진정한 매력이었다. 디스코 록 밴드 고고스타가 공연할 때 클럽 고고스2는 광란의 파티장이었다. 관객들은 객석의 한가운데를 비워놓았다가 한꺼번에 뛰어들어 몸을 부딪히는 슬램을 하면서 청춘을 즐겼다. 땀이 눈앞까지 튀는 듯했다. 하드코어 메탈 밴드 바셀린의 공연이 열린 프리즘홀에서도 슬램 파티가 열렸다. 해외 공연장의 슬램과 달리 거구의 남성들이 여기엔 없다. 대신 바람 불면 쓰러질 듯 조그마한 체구의 남학생들과 여학생이 격투기를 하듯 주먹을 휘두르다 헤드뱅잉을 하고선 몸을 부딪힌다.
퇴근이 늦어 뒤늦게 왔다는 박혜진(32)씨는 겉모습이 헤비메탈과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눈치 안 보고 다 풀어버릴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마티아스 드레슬러씨는 “한국 음악이 궁금해서 머물고 있는 호텔의 추천으로 오게 됐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공연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을 위한 안내가 부족해서 조금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라이브클럽데이는 10개 클럽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며 티켓은 1,800장만 한정 판매한다. 과거의 클럽데이와 달리 공연 없이 춤만 출 수 있는 클럽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공연은 오후 8시에 시작해 클럽에 따라 밤 11시~새벽 2시에 끝난다. 클럽 에반스의 홍세존 대표는 “관객 반응이 좋아 클럽 대표들 모두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레전드급 음악가들의 공연, 아이돌 그룹과 인디 밴드의 협연 등 다양한 기획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시간의 클럽 순례로 기진맥진해져 국내 집시 기타의 1인자 박주원의 공연이 열리는 클럽 에반스의 맨 뒷자리에 앉았다. 이국적이고 낭만적으로 불타는 금요일 개그맨 뺨치는 박주원의 입담은 보너스였다. 주린 배를‘치맥’으로 채울 때다. 클럽FF와 고고스2에선 해가 뜰 때까지 댄스 파티가 이어졌다. 홍대의 밤은 아침까지 불타올랐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