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 정부 허수아비로 전락시킬 의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기획ㆍ조정 등, 주요 업무 맡도록 규정
이석태 위원장, "비공식 협의 4번, 정부안 한번도 구체적 설명 안해"
힘겹게 첫발을 내딛은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특조위는 29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특조위의 역할과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한 안”이라며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일요일인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에 의하면 특조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특조위 활동을 중단하고 시행령안 철회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조위가 지적하는 정부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요 업무의 주도권을 파견 공무원이 쥔다는 것이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안은 위원장이 해야 할 각 소위원회 기획조정 업무를 1차 조사대상 기관인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담당하게 했다”며 “행정사무 지원에 그쳐야 할 사무처 공무원이 위원회 기능을 대신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이 진상 규명 업무 내용도 정부조사 결과에 한정,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특조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반발했다.
가령 정부안은 조사를 지휘하고 종합보고서 작성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 해수부 파견 공무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특별검사 임명 등 조사업무 최일선에 나서는 조사1과장도 일반직공무원이 맡게 했다. 이 위원장은 “특조위 조사 범위는 참사 원인 규명뿐 아니라 법령, 제도, 정책 등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공무원도 특조위의 조사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의 인적 구성도 파견공무원과 민간인 채용 비율이 정무직을 제외하고 ‘42 대 43’이 돼, 특조위가 정부기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진상규명 업무를 정부조사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검찰, 감사원 등의 분석을 거쳐 조사 방향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향후 종합적인 의견수렴을 토대로 일부 문안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투명하지 못한 절차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여당 추천위원들이 제출한 소수안을 중심으로 정부안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해수부와 네 차례 비공식 협의를 하는 동안 특조위의 입장만 설명했을 뿐 정부안에 대해 한 번도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가 시행령의 주체라는 점에서 해수부가 법안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4ㆍ16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성된 특조위는 공식 출범하기까지 정부와 여당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아왔다. 앞서 1월 새누리당 원내 현안대책회의에서 김재원 의원은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유출한 특조위 내부 문건을 인용해 규모와 예산을 거론하며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고 언급,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일 특조위와 해수부 측이 시행령안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나온 해수부 관계자도 ‘세금도둑’ 발언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특조위와 협의 당시 “5인 소수안(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선택했다”고 말한 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해수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안은 특조위 안보다 소수안에 가깝다. 시행령안을 둘러싼 특조위와 해수부 양측의 마찰은 이미 예견돼 있던 셈이다.
특조위는 당분간 특조위 활동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일상적인 행정업무만 처리하고 소위원회에서 다루는 안건은 잠정적으로 보류한 채 정부 시행령을 철회시키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특조위 관계자들을 면담한 4ㆍ16 가족협의회 측도 해수부 시행령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며 특조위 측 의견에 공감했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차 면담을 요구하는 한편 여야 당대표에게도 만남을 제의하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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