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민들과 슬픔 함께"
각별한 인연 떠올리듯 조문록 남겨
18개국 정상급들 참석 추모
"亞 권위주의 리더십 마침표" 시각도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국장(國葬)에 참석해 리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조문외교를 편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2대에 걸친 각별한 인연을 떠올리며 리 전 총리를 “기념비적인 지도자” “세계사에 각인된 이름” 등의 표현으로 추도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낸 자서전에서도 리 전 총리 내외를 “부모의 정을 느끼게 해 준 분들”이라고 언급하며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이자 아시아의 마지막 개발 독재자였던 리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종종 비견됐던 만큼 박 대통령의 조문에는 단순한 ‘조문 외교’ 이상의 의미가 담긴 셈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29일 새벽 싱가포르 현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오후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록에 서명하고 “리콴유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세계사의 페이지에 영원히 새겨져 남을 것입니다. 한국 국민들은 그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 국민들과 함께 합니다”라고 영어로 세 문장을 남겼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각국 대표들과 나란히 앉아 장례식을 지켜봤다. 검은색 바지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리고 앉아 리 전 총리와 유가족들에 애도를 표했다.
리 전 총리의 장례식은 유가족을 중심으로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싱가포르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과 국방협력 5개국 협의체 회원국 등 18개국만 장례식에 공식 초청했고, 장례식장에는 각국원수 등 정부대표 한 명씩만 입장을 허용했다.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이 끝난 뒤 리 전 총리의 시신은 가족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됐다. 아시아의 독특한 ‘개발독재 권위주의 리더십’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온종일 내린 장대비 속에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운구 행렬을 지켜보았다.
싱가포르=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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