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리스트 드러날 가능성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비리로 구속된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지난해 말 방위사업 비리 수사가 시작된 직후, 자신의 사업 자료들을 도봉산 기슭 컨테이너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컨테이너에선 방위사업 관련 비밀자료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는데, 그 분량만 1톤이 훨씬 넘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은 지난 26일 저녁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의 1.5톤짜리 컨테이너에서 일광공영이 숨겨둔 자료들을 대거 찾아냈다고 29일 밝혔다.
합수단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 통영함 비리 등 방산비리가 문제될 즈음부터 대비를 시작한 뒤, 합수단 출범(11월 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자료를 본격적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본사 사무실에서 옮겨진 해당 자료들에는 일광공영이 10여년 간 벌인 사업의 내부서류는 물론, 사무실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이 있었다. 이 회장의 500억원대 납품액 편취와 관련한 EWTS 자료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 회장이 거의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진술을 거부하자 보강증거들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지난 25일 이 회장의 개인 사무실을 추가 압수수색, 사무실 책장 뒤편의 ‘비밀의 방’을 발견했는데 이 곳은 책장을 밀고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었다. 외부인 침입 감시를 위한 폐쇄회로(CC)TV도 달려 있었다. 하지만 중요 자료들은 이미 치워져 있었고, 합수단은 일광공영 간부급 직원 3명을 증거인멸ㆍ은닉 혐의로 25일 체포해 추궁한 끝에 도봉산 컨테이너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들 중 김씨 등 2명은 28일 구속됐다.
다만 여기서 발견된 자료의 구체적인 내용 확인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분량이 엄청나게 방대한 데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긴 자료들은 대검 디지털포렌식 센터의 분석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베일에 싸여 있는 이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리스트가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수사의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합수단은 내달 초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추가 혐의가 포착될 경우 관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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