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채택 불발ㆍ檢 수사 본격화
새누리 "사안 심각성 커" 첫 인정
국회 해외 자원개발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새누리당이 자원외교 투자의 심각한 부작용을 뒤늦게 시인하면서도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책임자들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반대하면서 ‘빈 손’ 특위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국조특위의 역할과 기능 자체가 모호해져 버렸다.
여야는 한국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3사를 대상으로 31일과 내달 1일, 3일 세 차례의 청문회와 함께 특위 활동 마지막 날인 7일 종합청문회를 열기로 했지만, 29일까지도 증인 채택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책임자 5명의 증인 채택을 강력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수용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날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된 자원외교의 심각한 후폭풍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2003년 이후 에너지공기업 3사가 116개 사업에 31조원을 투자했고 이 중 36개 사업의 경우 4년 내 20조원을 포함해 34조원의 추가투자가 필요하다”며 “3개 공기업의 부채규모와 영업이익을 감안할 때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인데다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투자가 모두 차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이명박정부의 무리한 자원외교 투자에 대한 비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는 이완구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지시한 데 이어 지난 26일 공공기관 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지금쯤 솔직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일난다”며 자원외교에 대한 전면재검토를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권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조특위 활동에는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비리를 밝혀낸 뒤에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하는 게 맞다”며 “국조특위 활동은 예정대로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금의 국정조사 제도를 전면 개편하지 않는 한 정부ㆍ여당이 ‘나 몰라라’ 하면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며 국조특위 활동의 실패를 사실상 자인하면서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검찰과 감사원을 동원해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에서 덮고 가려 한다면 정말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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