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사상 첫 부자 선수… 같은 팀서 우승 기록도 관심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은 정규리그 1, 2위 팀간의 맞대결로 교통 정리됐다. 29일부터 7전4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에 돌입한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는 말이 필요없는 전통의 명가다. 모비스는 사상 첫 3회 연속 우승과 최다 우승(6차례)을, 동부는 통산 네 번째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화제의 선수는 동부의 루키 허웅(22)이다. 허재(50) 전 전주 KCC 감독의 아들인 허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아들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고의로 외면했던 아버지 허재 감독은 당시 “포지션 문제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서 뛰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 시즌 이들 부자의 운명은 엇갈렸다. 허 감독은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진 팀 성적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결국 10년 KCC 사령탑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달 초 자진 사퇴했다. 반면 허웅은 이승현(고양 오리온스)과 김준일(서울 삼성)의 그늘에 가렸지만 알토란 같은 역할로 동부를 챔피언 결정전 진출까지 이끈 일등공신이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서 허웅을 더욱 중용하고 있다. 허웅은 아버지의 사퇴 직후 “내 플레이에 더욱 신경 써 아버지의 명예를 이어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동부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면 허웅은 아버지와 함께 프로농구 사상 첫 ‘우승 부자’로 이름을 올린다. 프로농구 부자 선수도 이들이 처음이기에 당연히 최초의 기록이다. 아울러 그것도 한 팀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차례로 우승 반지를 끼는 진기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2003~04시즌 동부의 전신인 TG삼보 시절 우승을 이끌었다. 11년이 지나 아들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우승 목전에 다다른 것이다. 이들 부자와 모두 선수 생활을 함께 한 김주성(36ㆍ동부)은 시즌을 앞두고 “허 감독님을 따라 열심히 배웠던 것을 (허)웅이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농구계에서 ‘잠시 떠난’ 아버지의 올 시즌 마지막 희망도 아들의 우승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