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경기 성남시의 무상 산후조리지원 조례와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만으로 강행처리됐을 만큼 논란이 큰 사안이어서 추후 복지부와의 협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사업은 시내 3곳의 산후조리원에서 연간 2,000명 정도의 산모에게 2주씩 무상 산후조리서비스를 제공하되, 이용 못하는 산모에게는 50만원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는 지원금을 150만원 수준까지 늘려는 등, 4년간 376억 원 정도 들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는 여기 더해 무상 교복지원도 계획 중이다.
앞서 경남도가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선별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연일 거센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 등교까지 거부하는 등 우려했던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복지정책 방향상 완전히 정반대되는 지향이 두 단체장에 의해 돌발적으로 ‘실험’되는 양상이다.
물론 복지철학이 다른 두 단체장이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각기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행위 자체를 무조건 뭐라 할 건 아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도 원래 그런 것이고, 각 정책들도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갖추고 있다. 다만 무상 산후조리지원이 실제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지, 또 선별 급식지원을 통해 절감되는 예산만으로 교육환경 개선이 가능한지, 해당 정책들이 당장 시ㆍ도정의 최우선순위에 놓을 만큼 상대적으로 화급한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숙고와 공론화 없이 일방 추진된 모양새는 잘못됐다. 두 건 다 정치적으로도 의심 받는 이유다.
문제는 복지가 늘 정쟁으로 치닫는 현상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먼저 큰 가닥을 잡고, 그 틀 안에서 지자체별 사정에 따라 미조정하는 게 가장 좋은 형태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경남도의 선별급식 전환은 이미 전국적 정치쟁점이 돼있고, 성남시 건도 중앙정부와 협의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사회보장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 전체가 정쟁의 난타전 소재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역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최근 복지ㆍ증세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을 때도 결국 구체적 계수조차 논의에 올려보지 못한 상태로, “증세 없이 복지하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흐지부지 됐다. 복지방향 설정은 우리사회가 현단계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적 유불리 따위로 가벼이 다루거나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래선 지자체장들이 저마다 정치적 효과를 염두에 둔 돌출정책을 내놓아 복지문제 전체를 어지럽힐까 걱정된다.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든 나서 중심을 잡고 논의를 정리해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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