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억원 팔’ 장원준(30ㆍ두산)이 만세를 불렀다. 29일 두산-NC전이 종반을 향해 치닫던 잠실구장 라커룸에서다. 선발 임무를 마치고 아이싱 치료를 받던 그는 TV 화면을 통해 7회말 팀 동료 오재원의 결승 홈런 장면을 봤다. 평소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장원준이지만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FA(프리에이전트) 이적한 후 이날 정규시즌 경기에 첫 등판한 장원준은 7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았다. 3, 6회를 제외하면 매 이닝이 불안했다. 1회 1사 1ㆍ3루, 2회 2사 만루, 4회에도 2사 2ㆍ3루에 몰렸다. 하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고 5회 무사 2ㆍ3루에서만 1점을 내줬다.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직구와 변화구 비율은 1대1 정도였다. 105개의 투구수 중 직구 46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21개씩, 커브는 17개 던졌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장)원준이 형이 경기 전 NC를 상대로는 자신 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긴장한 모양”이라고 웃은 뒤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갈수록 안정되고 있다. 역시 좋은 투수”라고 말했다. 개막 후 2연승을 기록한 김태형 두산 감독도 “끝까지 우리 선수들이 악착같이 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장)원준이가 초반에 주자를 많이 내보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고 칭찬했다.
승리 투수가 된 장원준은 “첫 등판이라 긴장했다. 너무 기분 좋다”며 “앞으로도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디어 두산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를 치렀다. 소감은.
“롯데 시절 NC를 상대로 잘 던졌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하지만 첫 등판이다 보니 떨리고 긴장되더라. 팀이 이겨 기분 좋고 승리까지 따내 기쁨이 두 배다. 역시 두산은 수비가 좋다. 야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두산이 수비가 강한 팀이라는 걸 실감했다. 고맙다.”
-안타를 다소 많이 맞았다.
“위기가 많았다. 초반 코너워크에 신경 써서 던졌는데, 너무 잘 던지려 하다 보니 원하는 곳으로 공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슬라이더가 좋지 않았다. 평소 슬라이더에 자신이 있는데, 오늘은 슬라이더 때문에 경기를 망칠 뻔했다.”
-7회까지 던지면서 불펜 자원을 아꼈다.
“6회까지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1이닝이나 더 던져 나도 놀랐다. 현재 부상으로 선발 자원이 2명(니퍼트, 이현승)이나 빠졌기 때문에 무조건 오래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펜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상대 선발이 부산고 선배이자,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은 손민한이었다.
“선배님이 봐주실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없더라. 너무 잘 던지신다. 사실 오늘 승리 투수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실투 하나가 나왔다.”
-오재원의 홈런은 벤치에서 봤나.
“임무를 마친 상황이었다. 안에서 아이싱 치료를 하고 있었다. TV로 보는 데 홈런이 나오더라.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다.”
잠실=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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