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여객기 고의 추락시킨 루비츠, 여자 친구에 사고 전 섬뜩한 말
“언젠가 내가 시스템을 바꾸어 놓겠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나를 알고 내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를 고의로 추락시킨 것으로 보이는 안드레아스 루비츠(28) 부기장의 전 여자친구는 사고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 떠올랐다고 밝혔다고 AFP가 29일 보도했다..
루비츠의 전 여자친구 마리아(26)는 또 “루비츠는 세계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서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대형 여객기를 모는 게 꿈이었다”며 “건강 문제로 꿈이 좌절되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이날 독일 검찰을 인용해 루비츠가 안과 전문의에게 시력 문제로 진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수사 관계자는 “심리적인 이유로 시력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시력 문제가 조종사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을 위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루비츠가 우울증과 시력 문제를 회사에 숨겨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올 7월 갱신 예정이던 비행 자격을 박탈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결국 우울증에 시력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더 이상 비행기를 몰 수 없을 것으로 보이자 ‘자살 비행’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루비츠의 우울증 병력이 드러나자 유사한 사고 예방을 위해 정신병력 공개를 의무화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인의 27%, 미국인의 25%가 알코올 의존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법으로 개인의 정신병력을 포함한 의료기록이 철저히 비밀이 보장돼 대형사고 방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 치료자 전체를 위험인물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치료를 꺼리게 돼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론 혼버그 미국 정신질환협회 정책국장은 “위험이 높은 직종인 경찰이나 군인, 항공기 조종직 등은 약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남성 우월적 조직문화가 강한 곳이라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이런 분야에서는 정신병력 언급 자체가 커다란 약점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음성녹음장치(CVR)에는 여객기 추락 당시 루비츠가 안에서 걸어 잠근 조종실 문을 열기 위해 기장이 “제발 문을 열라” “빌어먹을 문 열어”라고 소리치는 부분이 녹음 돼 있었다. 녹음 장치에는 승객들의 비명 소리도 고스란히 들어 있었고, 기장이 기내에 비치된 손도끼로 조종실 문을 내리치는 소리도 이어서 들렸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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