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등급의 고기를 얻기 위해 양돈농가는 새끼 수퇘지를 거세한다. 수퇘지 고환은, 종자용이 아닌 한,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조리 시 고기에서 나쁜 냄새(雄臭ㆍ웅취)를 나게 해서다. 젖소의 뿔이 수퇘지 고환처럼 ‘애물단지’다. 젖 생산에 무관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뿔로 농장 인부나 다른 젖소를 공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으로 뿔 없는 젖소를 ‘개발’하겠다고 나서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을 산 게 지난해 일이다. 돼지는 되고 소는 안 된다거나 수술은 되고 유전자 조작은 안 된다는 발상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갸웃거렸던 기억이 있다.
약 3만6,000두의 젖소를 보유한 미국의 한 낙농기업(페어옥스팜)이 유전자 결함 때문에 뿔이 없는 소를 교배시켜 송아지의 약 25%를 뿔 없이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고, 점차 뿔 있는 소를 농가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실험실을 거치질 않았을 뿐 종 특성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조작은 조작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는 온통 조작된 세계 안에서 먹고 자고 입으며 번성했고, 인간의 어떤 윤리는 윤리적으로 취약한 타협의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니 쓸모 없다가 아니라, 그래서 더 섬세하게 지켜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겠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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