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역 1번 출구쯤 버스가 신호대기로 정차했다.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간이 의자에 앉아 장사를 하는 아줌마가 눈에 들어 왔다. 아이스박스 두 개를 붙여 놓고 그걸 테이블 삼아 멍게를 팔고 있었다. 칼도 없이 맨손으로 멍게를 잘도 손질했다. 엄지손가락으로 푹 찔러 붉은 겉껍질을 벗겨내면 뽀얀 멍게 살이 드러났다. 물도 죽죽 흘렀다. 버스 안까지 시원한 멍게 맛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아줌마 등 뒤로는 아파트 단지가 있었고 앞으로는 백화점이 마주 보였다. 노점에서 멍게를 팔아서는 백화점 쇼핑도 어렵고 강남의 아파트에서 살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낮에 멍게를 파는 것이 좀 별스럽기는 했지만 향수 어린 바다를 맛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 같았다. 약속이 없었다면 나라도 내려서 당장에 좀 사먹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단속을 해서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지하철 출구에서 도라지를 까서 팔기도 하고 옥수수를 쪄서 팔기도 한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이 정리되기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래된 것 같다. 나도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런데 어쩐지 소액권을 지갑에서 꺼내 뭔가를 사고 싶어진다. 비닐봉지에 넣고 흔들거리며 골목길을 걸어가고 싶어진다. 하루하루 조금씩 물건을 떼다 파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지붕 아래 장사를 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