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2차 계속운전 논란이 뜨겁다. 부산-경남에는 폐쇄 목소리가 아주 높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직 방침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한 번 더 계속운전을 하려면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금년 6월 18일 이전에 관련서류를 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10년 마다 모든 원전에 적용하는 주기적 안전성평가, 주요기기의 수명평가, 그리고 바뀐 주변환경을 감안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포함된다. 향후 10년 계속운전 기간중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하면 일부 설비는 교체하거나 보강하여 안전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한 경제성도 보여야 한다. 게다가 금년 초에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에 대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보고서에 포함하여야 한다. 이 과정을 앞으로 3개월 이내 무리 없이 완료해야만 비로소 계속운전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이후에는 규제기관의 안전심사가 진행된다. 심사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전문가가 대거 참여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안전성이다. 원전의 안전성이 확보되어야만 계속운전이 가능하다.
외국 사례를 보면 40년 이후의 계속운전이 드문 일은 아니다. 전세계에 원전 430여기가 있고 150여기가 이미 계속운전을 승인 받아 그 중 83기는 계속운전 중이다. 미국은 처음에 40년 운영허가를 발급하고, 안전성을 확인하면 추가로 20년씩 계속운전을 허용한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은 원전 99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73기의 계속운전을 승인하여 19기가 계속운전 중이고, 18기는 심사 중이다. 최근 몇몇 원전은 총 80년까지 계속운전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는 고리 1호기와 거의 유사한 웨스팅하우스 600 MW 원전 6기가 있다. 이들 모두 고리 1호기 보다 4-8년 오래되었지만 그 중 5기는 계속운전 중이다. 나머지 하나는 키와니 원전으로 고리 1호기 보다 4년 먼저 건설되었는데 2011년에 20년 계속운전을 승인 받았으나 경제성 때문에 2013년에 스스로 폐쇄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수력원자력은 2017년에 40년이 되는 고리 1호기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고리 1호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내에서 가장 노후했고 과거 유난히 고장이 잦아 안전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3년 전에 불거진 부품비리 사건 등은 불안심리에 불신까지 더해왔다. 그 결과, 인근 주민과 일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고리 1호기 안전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기술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한다 해도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지 않고 계속운전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리 1호기 2차 계속운전을 수행하려면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를 입증해야 하며, 정부는 안전성 관점에서 엄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운전의 안전성 여부는 과학기술적 문제이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외국 사례에 의존할 수도 없고 여론으로 결정할 일도 아니며 오로지 전문가 집단이 책임지고 판단할 일이다. 국민들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냉철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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