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그것이 알고싶다

입력
2015.03.29 13:25
0 0

나는 보험이라는 제도를 참 좋아한다. 서로 조금씩 힘을 보태 큰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어려움에 처하는 당사자일 수 있고 내 이웃이 그 당사자 일 수도 있는 위험한 세상이다. 이런 제도를 운영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들고 그 비용 또한 기꺼이 낼 용의가 있다. 그런데 보험 앞에 저축이라는 말이 붙으면 이제는 망설이게 될 것 같다.

11년 전에 변액보험을 가입했다. 변액보험은 보험의 기능을 지닌 펀드라고 할 수 있다. 보험회사에서는 납입한 보험료 중에서 일정부분의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특별계정으로 투입하여 운영이 되는 보험상품이라고 변액보험을 설명한다. 내가 낸 보험료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다른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마련하기 위한 돈도 포함되어 있고 보험회사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는데 필요한 돈도 포함이 되어 있어 몇 년 내에 해약하게 되면 낸 보험료보다 적게 돌려받을 수도 있다. 여기 까지는 알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여유 돈이 조금 생겨 어디에 저축을 할까 고민하다가 보험료 추가납입을 했고 자동이체까지 신청해 두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산 것 같은 기분에 뿌듯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산 게 결코 싼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낸 추가보험료 중 9% (신계약비 5%, 납입중유지비 2%, 수금비 2%)가 사업비로 충당 된단다. 기왕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온 김에 내가 가입한 변액보험상품의 사업비를 찾아보았다. 계약일부터 7년 동안은 신계약비, 납입중유지비, 수금비를 포함한 사업비가 20.82%이고 7년이 넘어가면 이중 신계약비를 제외한 8%가 사업비로 빠진다고 쓰여 있다. 기본 보험료에 적용되는 사업비 보다 보험료 추가납입시 더 높은 비용이 부과되고 있다니 의아하다. 알아보니 내가 가입한 상품은 제도가 바뀌기 전에 판매된 것이기 때문이란다. 또 하나 놀라운 숫자는 적립률 97.81%. 거의 11년이나 납입을 했는데 지금 해약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내가 납입한 원금도 채 되지 않는다.

이번에 많은 공부를 했다. 적어도 내가 가입한 변액보험은 보험료에서 총 15.3%가 사업비로 충당되었으며 위험에 대비한 보험료부분은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소비자들은 1%라도 더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위험을 감수한다. 가입한지 11년이 되었지만 내 계정에는 내가 낸 보험료에도 못 미치는 돈이 남아 있게 된 연유도 이제는 잘 알았다. 비용을 아낀답시고 보험료 추가납입이라는 제도를 이용했지만 내가 가입한 상품은 예전 것이기 때문에 기존보험료에 부과되는 사업비보다 더 비싸다는 기막힌 사실도 알게 되었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대가로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대가가 15.3% 였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리라.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어리석은 일을 했구나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금융상품의 비용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품질에 상응하는 가격이라면 소비자는 기꺼이 선택한다. 가격을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품질에 상응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장에서의 소비자도 생각해주자. 소비자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보험료추가납입신청을 클릭할 때 비용 정보가 팝업창으로 떴다면 후회하지 않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지금의 불신감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핀테크의 도입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라고 이야기 하고 금융개혁을 한다고들 한다. 주목적은 우리 금융시장의 국제경쟁력 확보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조차 소비자신뢰를 잃는다면 국제경쟁력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