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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봐야할 야구영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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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봐야할 야구영화 5

입력
2015.03.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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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이저리그 배우들
영화 메이저리그 배우들

프로야구의 계절이 시작됐다. 전국 5개 구장에서 환성의 꽃망울이 터진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야구는 할리우드의 주요 소재거리였다. 메이저리그를 배경으로 드라마와 코미디,스릴러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나왔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 등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경우도 허다하다.

충무로는 야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현세의 인기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밑그림 삼은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 정도가 극장가를 찾았다. 2000년대 들어 야구영화들이 꽤 나왔다. ‘슈퍼스타 감사용’(2004), 최동원과 선동렬의 대결을 그린 ‘퍼펙트게임’(2011), 고릴라를 내세운 ‘미스터고’(2013) 등이 개봉했다. 올해는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과 ‘파울볼’이 극장에서 야구팬들을 기다린다.

많은 야구영화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빛나는 작품들이 있다.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5편을 골라 소개한다. 야구 중계를 기다리느라 지친 사람들, 야구 중계가 끝난 뒤의 허전함을 채우고 싶은 야구팬들이라면 한번쯤 찾아봐도 좋은 작품들이다.

▦내츄럴(1984)

마지막 장면이 두고두고 영화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다. 홈런볼에 맞은 전광판기계가 폭죽처럼 불꽃을 내뿜는데 홈런 타자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베이스를 돈다. 세기의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외모가 더욱 환히 빛난다. 31년 전 영화로 이제 야구영화의 고전이 됐다.

야구를 사랑했고 야구로 청운의 꿈을 꾸었던 한 사내의 곡절 깊은 드라마를 그린다. 야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온 로이(로버트 레드포드)는 프로야구단 입단을 위해 도시로 향한다.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이끌려 호텔에 들었다가 여인으로부터 총을 맞는다. 15년의 시간이 지난 뒤 로이는 뉴욕의 만년 하위팀에 늦깎이로 입단한다. 노장을 넘어 은퇴를 해야 할 나이에 루키가 된 로이는 놀라운 타격 솜씨로 시즌 판도를 바꿔놓는다. 로이의 소속팀을 싸게 구입하려 한 한 변호사는 로이를 다시 곤경에 빠트리려 한다.

한 사내의 야구에 대한 집념과 열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프로야구 뒷면에 숨은 음모와 계략을 함께 묘사한다. 레드포드의 자연스러운 스윙 폼 등 사실감 넘치는 야구경기 장면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인생의 꿈을 지닌 모든 사람에게 달콤한 자극제가 될만한 영화다.

▦YMCA야구단(2002)

개화기 조선에 야구가 들어왔을 때의 풍경은 어땠을까? 야구팬들이라면 한번쯤 떠올렸을 역사의 한 순간에 허구를 더해 만들어진 영화다. 나라가 기우는 하수상한 시절 입신양명의 꿈은 접고 야구에 빠져든 호창(송강호)과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웃음을 섞어 전한다. 송강호 김혜수 김주혁 황정민이 한 화면에 등장한다. 지금 보면 초호화 캐스팅이나 김주혁과 황정민은 당시 무명에 가까웠다. 야구보다는 당대의 시대상을 엿보는 재미가 크다. 우국으로 비분강개하는 청춘들의 혈기를 야구를 통해 그렸다.

영화계의 소문난 야구광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야구 심판과 톱스타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로맨스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시나리오를 썼다. 특급 고교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에 내려갔다가 광주 민주화 항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사내의 이야기를 그린 ‘스카우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동향(광주) 출신 배우 박철민과 연애인 야구단 ‘비광’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머니볼

야구는 기록의 경기. 그러나 기록만을 맹신하는 구단이나 감독은 매우 드물다. 선수의 연령, 성장 잠재력, 사생활 등을 고려해 선수를 영입하고 선발로 내세운다. ‘머니볼’은 오로지 선수들의 데이터에만 의지해 기적을 만들어가는 한 구단주의 성공기를 그렸다.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국내 야구팬들의 반응이 유난히 좋았던 영화다.

애슬레틱스의 단장 빈(브래드 피트)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해 팀의 체질개선에 나선다. 기존 선수 선발방식을 따르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니볼 이론에 따라 새롭게 시즌을 시작한다. 다른 팀들로부터 천덕꾸러기 대우를 받던 선수들을 영입하며 조금씩 기적에 다가선다.

야구팬뿐 아니라 영화팬들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인물들의 면면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극적 효과를 다져가는 베넷 밀러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밀러 감독은 추리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이야기를 다룬 ‘카포티’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에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지난해에는 한 억만장자 상속자의 비뚤어진 심리를 레슬링 선수단을 통해 투영한 ‘폭스캐처’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갖춘 감독이다.

▦메이저리그(1989)

오합지졸 선수들이 합심해서 꿈의 무대에 다가선다는 내용을 그린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코미디 야구영화다.

메이저리그의 만년 하위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 삼류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감동과 웃음을 전하려 한다. 강속구를 지녔으나 제구력은 형편 없는 투수, 발은 빠르나 도루할 생각은 전혀 없고 홈런만 노리는 폼생폼사의 야수, 무릎 부상에 시달리는 퇴물 포수, 쿠바에서 종교 자유를 빙자해 망명해온 부두교 신자 등 허점투성이 선수들이 조금씩 승리를 맛보는 과정을 그렸다.

야구의 사실감보다는 웃음에 방점을 찍으나 메이저리그 야구장 덕아웃과 야구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플래툰’에서 연기호흡을 맞추며 스타로 떠오른 톰 베린저와 찰리 신이 포수와 투수 역할을 각각 맡았다. 액션배우 웨슬리 스나입스가 발 빠른 선수로 등장하는데 그는 또다른 야구영화 ‘팬’에서는 스타 야구선수를 연기했다.

▦19번째 남자(1988)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마이너리그에서 거물의 싹을 틔워가는 한 유망주의 성공담, 퇴물 신세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는 한 노장의 인생 역정, 진정한 사랑을 찾아 방황하다 마음의 안식처를 찾게 되는 한 여인의 사연을 엮어 잔잔한 감동을 연출한다.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 뒤에 숨겨진 야구 인생의 참 맛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마이너리그의 하위팀에 영입된 신인 투수 에비(팀 로빈스)는 뛰어난 재질을 지녔으나 마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구단은 에비를 수련시키기 위해 메이저리거 출신 포수 크래쉬(케빈 코스트너)를 스카우트해온다. 에비와 크래쉬 사이에 신인 유망주들을 주로 점 찍어 애인으로 삼아온 대학 강사 애니(수전 서랜던)가 끼어들며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인생 만년을 보내거나 프로야구 초입의 삶을 보내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지리멸렬하면서도 희망이 깃든 보통사람의 삶을 비춘다. 오로지 돈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미국 프로야구의 냉혹한 일면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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