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결정했다. 지난 8개월 간 가입을 원하는 중국과 이를 반대해 온 미국 사이에 끼여 고심을 거듭해 왔지만, 국제적 흐름과 국익을 우선 고려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영국 등 미국의 유럽 우방들을 포함해 이미 33개국이 자국의 실익에 따라 참여를 선언한 마당에 더 늦출 이유도 없거니와, 창립회원국으로 들어가야 AIIB에서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국은 창립회원국 지위를 얻게 되면 6월까지 설립협정문 협상과 이후 출범할 조직 구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실무 준비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닻을 올리는 AIIB는 인프라 개발에 특화된 지역금융기구다. 아시아 개발 도상국들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위한 자금제공뿐 아니라 전력 통신 등 다방면의 지원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 인프라시설 투자 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건설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우위를 지닌 국내 기업에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저성장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는 물론이고 북한지역 인프라개발 참여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 AIIB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 창설을 주도한 중국이 최대 지분국이 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도 가능하다면 많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국제금융기구에서 발언권을 좌우하는 건 결국 지분이다. 지금 논의되는 대로 경제규모(GDP)를 기준으로 지분율 결정이 이뤄지면 한국은 중국 인도 호주에 밀려 3위도 쉽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이래서는 곤란하다. 한국은 AIIB의 창설 취지에 맞게 다양한 개발경험 및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참여한 점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첫 지역금융기구인 만큼 주요 우방들과 함께 이사회 구성에 참여해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한편, 부총재급 이상의 직위와 주요 부서장에 한국인이 임명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웃 일본은 미국과 함께 AIIB 창립 회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통 우방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된 정부로서는 안보현실과 경제실익 사이에서 새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렇다고 일각의 주장처럼 중국 주도의 AIIB에 참여했으니 미국이 원하는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비약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사드 참여도 AIIB처럼 냉정하게 실익을 따져야 한다. 안보든 경제든 국익을 앞서는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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