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 선출 투명성 확보 없는 탓
인권단체 "사실상 등급 강등… 경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등급 심사에서 또 한번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두 번의 등급보류에 이은 세 번째 판정으로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ICC 승인소위원회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인권위 등급 재심사에서 등급을 정하지 못하고 내년 상반기로 다시 연기한다고 26일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원을 투명하게 선출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ICC는 5년마다 각국 인권기구 활동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 맞는지 판단해 A~C등급을 매긴다. 인권위는 2004년 ICC 가입 당시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정기 심사에서 같은 등급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3월과 11월 각각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ICC는 인권위에 인권위원 선출과정에서 시민사회 참여를 포함한 광범위하고 투명한 선출과정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인권위는 인권위원 선출 및 임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인권위원 자격기준 등을 담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ICC는 통보문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등급보류 통보를 했다. ICC는 또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인권위원장 후임을 선출할 때 (업무)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투명하고 참여적인 선출ㆍ임명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ICC는 아울러 ▦인권위원 선출 시 공석을 널리 공고할 것 ▦다양한 사회계층 및 교육 배경을 지닌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할 것 ▦지원, 심사 및 선출 과정에 있어 광범위한 협의 및 참여를 도모할 것 ▦사전에 결정된 객관적이며 공개된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단체들은 사실상 등급 강등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륜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인권과 관련 없는, 심지어 반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이 인권위원으로 선임되고 있다”며 “ICC의 결정은 이런 상황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