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2000억 추가지원 요청 거절
충당금 1000억 적립 등 손실 전망
상장폐지로 투자자들 막대한 피해
신축 아파트 입주 지연 등 예상
자산매각 차질 땐 연쇄 도산 우려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경남기업이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협력업체 연쇄 도산,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 피해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채권단으로부터 경남기업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 여부를 서면으로 받은 결과 관련 안건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남기업은 채권단에 전환사채(CB) 903억원의 출자전환과 긴급 운영자금 1,100억원 등 2,000억원 가량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채권단은 23일 추가자금 지원안을 안건으로 부쳐 전일 자정까지 동의 여부 회신을 받았으나 결국 가결 요건인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충족하는데 실패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추가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경남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회생에 필요한 자금이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투입된 자금만 2조원이 넘는 탓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자원외교 비리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특히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 등 회사를 둘러싼 각종 악재도 채권단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시점에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추가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경남기업은 결국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24위인 경남기업은 건설경기 침체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잇단 실패 등이 맞물리며 2013년에 3,109억원, 작년에는 1,8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최근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결국 195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채권단은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손실이 불가피하다. 경남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는 수출입은행이 5,21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1,740억원 ▦산업은행 611억원 ▦농협 522억원 ▦수협중앙회 455억원 ▦국민은행 421억원 ▦우리은행 356억원 등에 달한다. 이미 적잖은 충당금을 쌓아놓기는 했어도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추산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어서 주식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도 예상된다. 대주주 횡령 의혹, 실적 악화에 대한 감시 소홀 등을 이유로 회사나 채권단을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공사를 진행중인 아파트의 입주가 지연되는 등의 피해도 예상된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현재 경남기업이 분양 중이거나 조합주택 시공보증을 한 곳은 거제 사곡 지역주택조합(1,030가구)을 비롯해 5개 현장 3,597가구에 이른다. 해외에서는 현재 베트남·에티오피아·스리랑카·알제리 등에서 도로 등 토목공사와 수처리 공사 등을 진행 중이다.
협력업체 등의 2차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남기업의 협력업체는 총 1,800여개로 일부 영세 업체들은 경남기업 법정관리에 따른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베트남의 ‘랜드마크 72’ 빌딩 등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남아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산 매각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할 경우 자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 협력업체들의 추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아 협력업체와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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