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밝히면 용서될 거라 생각… 올림픽 제가 결정할 일 아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이 용서를 구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준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사죄한 그는 “지난 10년간 거의 매월 도핑테스트를 받았지만 (양성 반응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분명 뭔가 잘못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난 23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살면서 가장 긴장되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FINA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8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또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도 박탈당했다.
그는 “처음에는 분명 뭔가 잘못 나온 거라 생각했다. B샘플 양성반응을 최종 확인한 후에는 내가 알고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밝히면 이해 받고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야 깨달았다. 올림피안으로서 병원을 찾아가고 약물을 처방 받는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 좀더 체크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또 “청문회에서도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부분은 ‘왜 너 같은 선수가 네 몸에 그런 성분이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느냐’라는 것이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이번 결과에 대해 반성한다”며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과정이 어찌 됐든 저의 불찰”이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약쟁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면서는 눈물을 쏟았다. 박태환은 “2004년 열 다섯 살, 태극마크를 처음 단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이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까운 분들은 지난 10년간의 모든 영광들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들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지 않냐고 이야기한다. 보란 듯이 재기하라는 말씀도 해주신다. 모든 말을 깊이 새겨듣고 있다”며 눈시울 붉혔다.
이어 호르몬 주사제인지를 모르고 맞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박태환은 “수영을 오래해 피부트러블이 생겨 병원을 소개받았다”면서 “호르몬 주사제였다는 것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 결과를 통보 받은 이후에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도 도핑 양성 결과 나온 뒤 병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에게 주사제를 놓은 병원장은 검찰 수사에서 박태환이 문제가 된 작년 7월뿐 아니라 2013년 12월에도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태환은 “7월 이전에는 감기에 심하게 걸려 주사를 맞은 적만 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치료 기록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상윤 변호사가 대신 “해당 병원장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니 지켜보는 게 맞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일단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제가 출전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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