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力道山’이란 한자 이름은 일본과 남한, 북한에서 각기 다르게 발음된다. 발음만큼 이 이름의 주인에 대한 기억도 천지차이다. 일본에서 ‘리키도잔’은 일본 프로레슬링을 상징한다. 1950년대 거구의 미국 레슬러를 쓰러뜨리며 태평양전쟁 패전의 아픔을 다독여준 인물로서 소비됐다. 그가 조선반도 출신이라는 사실은 열도에서 풍문처럼 떠돌다 1980년대에야 공식화됐다. 남한에서 ‘역도산’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레슬러로 1960년대 이미 대중들 뇌리에 각인됐다. 역도산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김일이 프로레슬링의 열기를 이끌었다. 북한에서 ‘력도산’은 “미일 반동들을 당황”하게 했고 “죽어서도 어버이 수령님의 품에 안기고 싶다”했던 “조선사람”이다.
한 인물 역도산에 대한 기억이 국가마다 다르듯 관우와 윤동주, 심청 등에 대한 동아시아의 기억은 사회 체계나 언어만큼 제 각각이다. 책은 동일한 대상이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 사회적 현실에 따라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조사해 역사의 실체를 파악하려 한다. 삼인ㆍ624쪽ㆍ3만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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