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천재 중에 광기를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광인에 대해 세간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과 중용을 중시하는 동양에서 광자의 위상은 서양에 비하면 확실히 낮았으나 결코 무시로 일관되지는 않았다. 중국 광인의 문화사를 추적한 ‘광자의 탄생’에 따르면, ‘광(狂)’은 유가와 도가, 불가로 이어지는 동양 사유의 도도한 흐름 속 한 줄기 신선한 역류였다.
저자는 옛 문헌 속에 흩어져 있던 ‘광’에 관한 구슬들을 일일이 찾아내 중국 문화의 또 다른 맥락으로 꿰어낸다. 각 시대마다 다양하게 변주된 광의 모습을 모자이크처럼 꿰 맞추면 ‘고집이 세고 사상이 독립적이며 시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나온다. 저자는 진보적 사상가, 예술가의 다른 이름이었던 광자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로 질문을 확장한다. 글항아리?290쪽?1만5,000원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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