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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입력
2015.03.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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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후 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김우중과의 대화(신장섭 저)에서 당시 국내 30대 기업 부채비율을 평균 512%에서 단숨에 200% 이하로 줄이는 재무개선책을 강행한 경제관료들을 겨냥했다. “그 때 구조조정 한다며 기업 투자 못하게 했다. 투자해 둔 것조차 ‘과잉’이라고 헐값에 팔게 하고, 사람 자르고…그래서 (우리나라가) 성장을 제대로 못했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어놨다”며 애써 화를 삭였다.

▦ 그로서는 피땀으로 일군 대우그룹이 구조조정 태풍에 휩쓸려 한 순간에 무너지는 데 대한 감정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의 비판이 IMF의 모범생이었던 당시 경제관료들의 한계, 나아가 IMF 체제 자체의 모순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위기에 대한 IMF의 처방은 국가부도를 막을 돈을 빌려줄 테니, 무조건 긴축하고 처분 가능한 자산은 헐값에라도 내다 팔아서 갚으라는 식이다.

▦ IMF는 그게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하는 나라로선 위기를 기회로 외국자본이 자국의 ‘금전옥답(金田玉畓)’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반감을 갖게 마련이다. 선진국에 비해 축적자본이 빈약한 후발국들은 일단 빚을 내서라도 고속성장을 도모하기 마련인데, 갑자기 돈줄을 끊은 채 부도가 싫으면 공장이든 유전이든 다 내놓으라니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에서 그 동안 IMF처럼 가혹하게 굴지 않고 후발국의 이해를 대변할 역내 국제금융기구 설립 시도가 이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 그러나 그런 시도는 미국과 IMF 등의 견제로 번번히 무산됐다. 98년 일본이 주창한 아시아통화기금(AMF)도 물거품이 됐고, 아시아 각국이 경제위기 때 상호지원을 위해 2000년에 체결한 ‘치앙마이이니셔티브’ 역시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는 데만 10년의 암중모색을 거쳤다. 그렇게 보면 중국 주도로 IMF 질서를 다소나마 견제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설립되는 역사적 의미가 한결 커진다. 우리 정부도 어제 AIIB 참여를 확정한 만큼 주도적 활동에 나서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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