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 시작 나이들며 악화, 남성 4분의 1이 증상 경험
비뇨기과학회·가정의학회 등 4개 학회 '진료 권고안' 마련
"배뇨일지·증상 점수표 작성 후 약물·수술 등 맞춤 치료 선택을"
‘소변량이 줄면서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눈다,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깬다, 소변이 급해서 일에 지장을 준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전립선비대증 진찰을 받도록 권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주명수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등이 마련한 ‘한국형 전립선비대증 진료 권고안’의 골자다. 국내 전립선비대증 진료 권고안은 지난 1997년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처음 제정한 이후 대한전립선학회가 2010년에 만든 이후 5년 만에 제정된 것이다. 이 진료 권고안은 대한의학회 인준을 거친 뒤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 등 4개 학회는 2013년부터 전립선비대증 진료 권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등을 잇따라 열었고, 최근 진료 권고안을 마련했다. 주명수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은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참여해 다학제적으로 전립선비대증 진료 권고안을 마련한 것이라 더욱 뜻이 깊다”고 했다.
50대 50%, 60대 60%, 70대 70% 앓아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점차 커지는 질환이다.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소변 보기가 불편해진다. 보통 40세 이후 증상이 생기며, 치료를 제때 하지 않고 방치하면 소변 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요도와 방광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져 각종 배뇨장애가 나타난다. 인구 고령화와 식생활 서구화로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은 성인 남성의 4분의 1이 경험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주로 4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악화한다. 50대 50%, 60대 60%, 70대 70% 등으로 증가한다.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는 2008년 60만3,823명에서 2009년 69만9,256명, 2010년 77만2,973명, 2011년 82만6,198명, 2012년 89만8,217명으로 연 10.4% 증가율을 보였다(국민건강보험공단).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는 과음을 피하고 카페인이 함유돼 있는 음료를 줄여야 한다.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삼가야 한다. 과음은 소변량을 늘리고 전립선 내 근육을 경직시킴으로써 급성 요폐를 유발할 수 있다. 카페인 음료는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량을 늘리고 방광을 수축해 배뇨증상을 악화시킨다.
감기약 성분 중 배뇨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성분이 있으므로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감기약을 처방 받기 전에 미리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문홍상 한양대구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는 토마토, 마늘, 굴 등이 있다”고 했다.
IPSS 작성 통해 진단해야
‘한국형 전립선비대증 진료 권고안’의 진단 부분에 가장 강조하는 항목은 국제전립선 증상 점수표(IPSS) 작성이다. 서주태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이는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추적관찰 가운데 증상 악화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므로 치료 전에 반드시 IPSS를 작성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했다. 서 홍보이사는 “배뇨일지를 기록하는 것도 병을 명확히 확인하는 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개원가에서 전립선비대증 진단에 요속(尿速)검사와 잔료량 측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장비 구비 등의 이유로 진료 권고안에서는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정했다. 현재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에서는 선택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한 반면 미국은 ‘선택적’으로 명시해 규정이 서로 다른데, 이번 한국형 전립선비대증 진료 권고안은 미국 가이드라인을 따랐다.
이밖에 진단을 위해 직장수지(手指)검사와 전립선초음파검사도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하부요로증상(빈뇨, 요절박, 잔뇨감 등)을 호소하는 40세 이상 환자의 경우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중등도 이상부터 치료 시작해야
전립선비대증 치료는 중등도 이상(IPSS 점수가 8~19점 이상)일 때부터 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중등도 이상의 증상을 보일 때에는 1차적으로 수술치료보다는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으로 권한다. 1차 치료제로는 알파차단체와 5알파 환원효소 저해제가 권고됐다.
알파차단제는 중등도 이상의 하부요로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했으며, 5알파 환원효소 저해제는 중등도 이상의 하부요로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전립선 크기가 크거나 전립선비대증 진행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장기간 처방을 고려해야 할 때 쓰도록 했다.
전립선을 비대하게 만드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체 내 물질은 테스토스테론과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를 만나면 더욱 강력한 형태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바뀌면서 전립선 세포를 자극해 전립선을 비대하게 만든다.
5알파 환원효소 저해제는 이 과정에 직접 작용해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치료제다. 피나스테라이드라는 성분의 약제가 대표적이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남성과학회장)는 “피나스테라이드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수술 빈도와 환자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급성 요폐를 줄여주기에 널리 쓰이고 있다”고 했다.
방광자극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환자는 항(抗)콜린제를 쓸 수 있다. 다만 방광출구폐색이 심하거나 배뇨 후 잔뇨량이 많은 경우에는 신중한 처방을 당부했다.
다만 방광돌, 방광게실(憩室), 상부요로 확장으로 인한 신기능 부전, 약물요법에 호전이 없는 경우 2차적 치료로 수술을 시행하도록 했다. 김 교수는 “수술요법으로는 경요도 내시경 전립선 절제술이 많이 이용되지만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그린라이트 레이저를 이용한 전립선 절제술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수술이 적당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간헐적 자가 도뇨 또는 도뇨관 유치를 권고했다. 전립선 내 보톨리눔 톡신 주입술은 권고하지 않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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