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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소통하되 모습은 드러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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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소통하되 모습은 드러나지 않게"

입력
2015.03.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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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내 지도부에 비공개 만찬 제안 / 여야 주요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

"비서는 숨어 있는 사람인데… 주목받으면 안 돼" 언론에 부담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26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26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소통하라. 단, 대통령의 비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27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간 수석실 별로 돌아가며 직원들과 상견례 하면서 이 같은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현명한 소통을 주문한 것이다.

이 실장은 소통 주문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도 직접 소통에 나섰다. 26일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여의도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 데 이어 다음 달 1일엔 우윤근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기로 하는 등 소통 폭을 넓히고 있다.

이 실장은 26일 여당 원내지도부 회동에 조윤선 정무수석 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김관진 안보실장과 함께 나왔다. 당청 간 쟁점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에 대해 앞으로 터놓고 얘기하자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날 만찬 회동을 제안한 것도 이 실장이었다. 이 실장은 "여러분 얘기를 잘 듣고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지난 달 27일 임명된 직후 여야 주요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자주 연락하며 지내자"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시절엔 거의 없던 일들이다.

청와대 비서실이 '이병기 체제'로 재편된 이후 꽉 막혀 있던 당청 간 소통이 뚫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평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필요한 만큼 수시로 만나고 연락하고 있다"고 했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비정상적이었던 당청 관계가 이제야 정상화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이 실장은 '문고리'라는 말이 상징하는 청와대의 불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 실장은 수석들에게 "나에게는 내용만 알려주고 대통령께 직접 현안을 보고하라", "제대로 보고할 자신이 없으면 담당 비서관을 배석시켜라", "대통령께 수시로 전화 보고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말라" 등 구체적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김기춘 실장이 수석들의 보고를 받은 뒤 박 대통령에 전달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실장은 또 "정확한 정보만 전달한다는 전제 하에 언론과 접촉을 늘리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그는 형식적인 내부 회의도 줄였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주말을 포함해 거의 매일 회의를 열었는데, 최근 들어 달라졌다"며 "회의에서 참모들의 말을 주로 듣는 것이 이 비서실장의 소통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실장은 자신의 소통 행보가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인사는 "참모들에게 ''대통령 비서'의 '비' 자는 숨길 비(秘)인데, 대통령이 아닌 나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려서 되겠느냐'고 걱정했다"며 "최근 들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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