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월세 신고제 도입 반기
시의회, 반값 복비 조례안 심의 보류
장기임대 용적률 규제 완화 싸고도
市 "실효성 낮고 기존 대책과 중복"
"여야 정치적 이념도 작용해 결국 소비자 피해" 우려 목소리
정부의 주요 주택정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인 국토교통부와 지방정부의 대표격인 서울시 간 갈등이 지난해부터 자주 반복되면서 이러다 만성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국내 최대 주택시장 간의 유기적 호흡이 필수적인 상황. 전문가들은 최근 복지정책의 중앙ㆍ지방간 갈등처럼, 양측의 불협화음이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전입신고 시 세입자가 전월세 가격 및 임차기간을 별도로 기재하는 ‘전월세 신고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전입일자와 보증금만 적는 현행 확정일자 신고제로는 순수월세나 보증금이 적은 월세 거주자 상당수가 누락돼 시장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힘든 만큼, 보다 정확한 통계를 확보해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6개월 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장차 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제도 의무화를 위해 국회에 입법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방침에 국토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신고제가 확대될 경우, 소득이 노출될 집 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염려해 아예 공급을 줄이거나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입자가 정확한 정보를 적으리란 보장도 없어 통계의 정확성도 높지 않을 거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안한 임대차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현행 전입신고 양식에도 없는 정보를 지자체가 요구하고 이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말 국토부가 일부 가격구간의 매매와 전세 간 수수료 역전현상을 바로잡겠다며 내놓은 중개보수 개편안도 서울시의회에 가로막혀 있다. 지난 2일 시의회 상임위는 “정부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넘어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정부안은 고가 구간에 대한 요율만 조정했을 뿐 임대차 5,000만원 이하 세입자 등을 위한 내용은 없다”며 서민들을 위한 추가 개정안 마련도 요구했다. 시는 다음주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다시 심사를 벌일 계획인데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다. 다만 그간 반대 입장을 지속하던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최근 잇달아 정부안을 통과시키면서 서울시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국토부가 ‘10ㆍ30대책’에서 내놓은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용적률 규제 완화 방안도 서울시는 여전히 불만이다. 정부는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건설 시 용적률을 지자체 조례와 관계없이 주택법 상 최대치까지 허용하도록 했는데, 서울시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대부분 도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산지가 많아 건축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간 갈등엔 여야간 정치이념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근본적인 정책 주안점(시장활성화 대 서민주거안정)이 달라 접근방식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상명 명지대 교수는 “양측 모두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같은 정책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방법론에 대한 세밀한 협의가 부족해 시행과정에서 이견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소비자 피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갈등이 반복ㆍ장기화될수록 정책이 적절한 시행시기를 놓치고 그만큼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며 “결국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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