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소득 높은 강남 3구 어린이
아침식사 등 챙겨먹는 비율 높아
농어촌 학생이 패스트푸드 더 먹어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강남 3구’(서초ㆍ강남ㆍ송파구)의 초등학생들은 ‘삼시 세끼’ 식사를 잘 챙겨먹는 반면, 농어촌지역 학생들은 비만의 원인이 되는 햄버거, 라면, 탄산음료 등의 섭취율이 도시 학생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들의 영양섭취도 지역 격차를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1,670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4만2,980명의 영양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 소득이 높은 지역 어린이들은 끼니를 꼭꼭 챙겨 먹고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 반면 소득이 낮은 지역 어린이들은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6일 이상 아침식사를 하는 어린이 비율은 서초구가 81.4%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고, 강남구(72.6%)와 송파구(69.4%)가 뒤를 이었다.
‘강남 3구’ 어린이들은 점심과 저녁식사 비율 역시 다른 구보다 대체로 높았고, 우유를 하루 2팩 이상 먹는 비율 역시 서초구(27.3%), 강남구(26.8%), 송파구(22.8%)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동대문구는 아침을 6일 이상 먹는 어린이 비율이 64.6%로 가장 낮았고, 노원구는 우유 2팩 이상 섭취하는 어린이 비율이 12.4%로 서초구의 절반도 안 됐다.
서초구 어린이들은 비만을 유발하는 햄버거 닭튀김 등을 상대적으로 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 동안 햄버거와 닭튀김을 한번도 먹지 않았다’고 응답한 어린이 비율이 각각 78.8%, 67.0%로 가장 높았다. 이 비율이 가장 낮은 양천구(68.6%ㆍ햄버거) 서대문구(43.7%ㆍ닭튀김)와는 2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라면 또는 컵라면을 최근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먹지 않은 비율 역시 서초구(45.5%)와 강남구(43.9%) 어린이가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중구(18.1%)보다 2.5배나 높았다. 또 구로구의 어린이 12.9%는 라면을 이틀에 한번, 1.3%는 매일 한번 먹는다고 응답했지만 서초구에서 ‘라면을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 꼴로 먹는다’고 응답한 어린이는 한 명도 없었다.
결식 어린이에 대한 식사 한 끼당 지자체 지원 단가도 강남구 5,500원, 송파구 4,500원으로 서울 대부분의 구(4,000원)보다 500~1,500원이 많았다. ‘잘 사는 동네’ 아이들이 대체로 좋은 것을 잘 챙겨 먹고 있다는 얘기다.
도시 규모별로는 농어촌 어린이들이 도시 어린이들보다 햄버거 등을 더 많이 먹었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비율은 농어촌(70.8%)이 중소도시(69.5%) 대도시(66.4%)보다 높았고, 피자(28.9%) 닭튀김(51.4%) 탄산음료(72.6%) 과자나 초콜릿(23.1%)의 섭취 비율도 농어촌 어린이가 가장 높았다.
이 설문은 식약처가 어린이 식생활의 안전과 영양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지수’ 조사의 하나로 진행됐다. 그 동안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으로 나눠 조사하던 것을 지난해 처음 전국 단위로 실시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지수는 식생활 안전과 영양 등에 대한 지자체의 노력과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로, 지난해 평균 67.54점을 기록해 전년(특ㆍ광역시 자치구 조사) 조사때보다 3.85점 향상됐다. 대도시에서는 서울 송파구의 안전지수가 78.95점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 양천구(57.09점)가 가장 낮았다. 중소도시는 강원 태백시(75.77점), 농어촌은 강원 철원군(77.41점)이 가장 높았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소득 계층 아이들은 패스트푸드를 안 먹고 저소득 계층 아이들은 많이 먹는 ‘식생활 빈부격차’는 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부모의 돌봄이 부족해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을 하는 아이들도 균형적인 식사를 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 주는 등 사회적인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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