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일모직 터에 창조경제단지
과학기술ㆍ문화콘텐츠 모아 가치 창출
구미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서는
제조역량 개선ㆍ신사업 전환 지원
대구는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1938년)’가 설립된 곳이다. 우리나라의 첫 근대적 기업으로 평가 받는 제일모직 역시 이 곳에서 문을 열었다.
삼성은 지난해 9월15일 삼성의 모태이기도 한 제일모직 부지에서 창업초기(스타트업)기업과 중소ㆍ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의 옛 창업지에서 미래의 삼성을 꿈꾸는 숱한 벤처기업들을 돕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 지역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대구에서 시작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6개월이 흐른 지금 이 곳은 벤처기업들의 창업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특히 이 센터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상징으로 키우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삼성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육성과 지원 확대를 위해 대구 옛 제일모직 부지 9만㎡에 900억원을 투자해 내년 12월까지 완공될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 기공식도 열었다. 삼성은 이 단지에 혁신센터와 문화예술창작센터 등을 건립해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벤처기업들의 산실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삼성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과 함께 약속한 인재양성과 창업 활성화, 세계화 지원 등을 하기 위해서다. 삼성 관계자는 “대구 창조경제단지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과학기술과 문화콘텐츠를 한데 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터전이 될 것”이라며 “삼성의 창업 정신이 살아있는 이 곳이 새로운 창업가들의 성장 터전이자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실질적 혁신 비법을 전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삼성의 창의와 혁신 실현 비법을 벤처기업들이 배울 수 있도록 혁신 조직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랩’을 운영하고 있다. 이 랩에선 지난해 전국 공모를 통해 3,719개 사업 아이디어를 모집했고 18개 팀의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이 중에는 고등학생부터 재창업을 꿈꾸는 50대 벤처기업인과 외국인도 있다. 이들에게는 초기 지원금 2,000만원을 비롯해 사업화까지 최대 5억원이 지원된다. 또 전문가들의 개별 상담 기회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외부 투자자 연결 기회도 부여된다.
삼성은 젊은이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대구시 및 금융권과 손잡고 200억원 규모의 벤처창업지원펀드를 조성, 운영한다. 이 펀드는 영세한 벤처기업들의 자금력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필요한 삼성의 소프트웨어(SW) 교육 프로그램도 대구 지역 초ㆍ중ㆍ고교와 대학 등에 확대 지원된다. 이 지역 청년 벤처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삼성상생협력 아카데미에 대구 지역 전담 멘토를 배치해 경영 멘토링도 실시하고 있다.
대구 뿐 아니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삼성이 후원한다. 지난해 12월 구미에 개소한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구미 산업단지의 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신사업 분야 전환과 경북 전통문화·농업 분야 사업화 지원을 맡는다. 삼성은 우수한 제조기술과 신사업 추진 역량을 활용해 경북 지역의 노후 산업단지를 ‘창조산업단지’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성공적인 민관 협력 사례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 센터를 중심으로 경북 지역을 우리나라 창조경제의 요람으로 재탄생 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맞춰 5년간 정부가 조성하는 3개 펀드 600억원 중 300억원을 삼성이 지원한다. 이 펀드는 구미 산업 단지 내 중소기업의 공장 개ㆍ보수를 지원하는 ‘R 펀드’(100억원)와 우수 중소ㆍ중견업체에 투자하는 ‘삼성전략 펀드’(100억원), 벤처 업체와 신사업 추진 중소 업체를 지원하는 ‘C 펀드’(1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717㎡ 의 공간에 ‘팩토리랩’, ‘퓨처랩’, ‘컬처랩’등 3개의 랩도 구성할 예정이다. 먼저 총 367㎡ 규모로 구축되는 팩토리랩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자동화 생산 라인과 제조 로봇을 설치해 제조 인력을 교육할 예정이다.
이 곳에선 스마트 공정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하고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제조현장의 모의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새로운 공정 도입이나 생산 라인 변경 이전에 최적의 방안을 전문가 상담과 함께 모의 실험으로 미리 검증해 실패 비용을 줄일 방침이다.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앞으로 3년간 총 400개 스마트 공장 보급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과 경북지역은 총 20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에 지정 출연하고 향후 5년간 2,000억원의 자금을 경북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저리로 대출해 줄 방침이다.
251㎡ 규모로 조성되는 퓨처랩에선 경상북도가 선정한 7대 신사업 시범과제 중 의료기기용 부품, 제조라인용 다관절로봇, 치과용 3차원 영상진단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센서 통합 검사 계측기, 초정밀 금형기술의 5개 과제를 수행하고 관련 벤처기업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99㎡ 규모의 컬처랩은 전통문화와 농업의 산업화를 지원하고 경북의 문화 유산을 디지털 컨텐츠로 변환시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삼성에서는 지난 9월 출범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벤처·창업 지원을 하고,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중소 제조업체의 제조역량 개선과 신사업으로 업종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결국 양대 센터가 대구 경북지역의 벤처 창업 지원과 제조역량 개선의 주축이 되는 셈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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