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들 보수 한도 잇단 증액
"인력 구조조정까지 한다면서…"
비난 여론 갈수록 거세져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당수 은행이 최고경영자를(CEO)를 비롯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경영진의 연봉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낮췄던 CEO 보수 한도를 올해 다시 인상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하나금융은 2013년까지 7만주였던 ‘성과 연동 주식보상’의 한도를 지난해 주총 때 5만주로 줄였지만, 27일 주총을 통해 이를 7만주로 원상 복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기존 60억원이던 이사 보수 한도를 작년 주총에서 30억원으로 삭감했는데, 올해 이를 45억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25일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BS금융지주는 이사 보수 한도를 20억원에서 25억원으로, 광주은행은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이 최근 주총에서 통과됐다. IBK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3.8%)을 반영해 이사진의 보수 한도를 10억7,600만원에서 11억30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27일 주총에 상정한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보수 한도는 25억원으로 전년과 동일하지만 이사진 인원이 10명에서 9명으로 줄어든 만큼 사실상 인상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도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8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가 지난해 11월 주총에선 이를 9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사보수한도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진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의 최대치다. 사외이사의 경우 연봉이 1억원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 한도의 상당액은 사내이사로 등록된 CEO의 몫이 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한동우 회장은 2013년에 기본급ㆍ상여금 14억원을 받아 이사진 보수 한도(30억원)의 절반가량을 수령했다. 여기에 성과연동주식 3만40주(14억2,000만원)를 더하면 전체 연봉은 30억원에 달했다.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1~2년 사이 삭감했던 보수 한도를 여론의 감시가 뜸해진 틈을 타 은행들이 슬그머니 다시 복원하는 것을 두고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은행권의 경영 환경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던 2007년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은 작년보다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연초부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권의 수익 악화로 구조조정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는 시점에 CEO들의 연봉을 인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견제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들의 연봉을 CEO와 묶어 놓은 규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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