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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고위험 고수익서 중위험 중수익으로"

입력
2015.03.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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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지키고 예금 2배 정도 수익"

바라는 고객들 증권사로 눈 돌려

대표상품 ELS 인기 날로 치솟아

올들어 21조7000억원 발행

원금 손실 최소화한 신상품 봇물

줄곧 예ㆍ적금만 이용하던 주부 유수민(53)씨는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적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을 한 증권사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했다. RP는 증권사가 일정기간 뒤에 다시 사는(환매) 조건으로 채권을 판 후, 투자기간에 따라 일정 이자를 붙여주는 상품.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유씨는 3개월짜리 단기로 두 차례 RP에 투자해 각 3%의 수익을 냈다. 이후 증권사 추천으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연 7%대 수익을 냈다. 그는 “예전엔 금융투자상품을 잘 모르는 데다가 자칫 잘못하면 애써 모은 돈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앞으로 투자 금액을 지속적으로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고객들이 증권사 상품을 꺼린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투자 위험에 따른 원금 손실 우려였다. 증권사 투자 상품들은 은행 예금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고(高)위험’이란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원금 손실에 화들짝 놀란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증권사들은 절치부심했다. 위험을 최대한 제거하는 게 지상목표가 됐고, 이후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원금보장형’이란 타이틀을 단 상품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리면서 그간의 노력들이 빛을 발하게 됐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금에 돈을 묶어두느니 투자 위험이 덜한 증권사 상품에 투자해보겠다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증권사들의 전략은 위험을 확 줄이면서 수익은 예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험을 최대한 제거하는 게 결국 평균적인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조영미 NH투자증권 PB는 “원금을 지키면서도 정기예금의 2배 정도 수익에 만족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라며 “증권사도 이러한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중(中)위험 중(中)수익’ 상품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인 ELS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ELS는 올 들어 현재(25일 기준)까지 21조7,484억원이 발행됐다. 설정잔액은 84조6,862억원에 달한다.

ELS는 가입기간 동안 기초자산이 일정수준 안에서 움직이면 통상 연 5% 이상의 이익을 주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40~50% 이상 떨어져 원금손실이 나는 경우(녹인)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에는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라 녹인 조건을 조정하고,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여 원금 손실의 위험을 최소화한 신종 ELS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뉴하트 ELS’는 투자기간 동안 원금 손실 확률이 높아지면 새로운 옵션을 통해 만기를 최대 2년까지 연장해 조기상환 기회를 4회 이상 부여한다. 기존 ELS의 경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녹인으로 접어들면 회복할 여유도 없이 원금손실로 이어지곤 했는데,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한 것이다.

삼성증권의 ‘낙인케어 ELS’도 설정 후 2월 이내에 기초자산이 15% 이상 하락하면 상환조건 등이 함께 조정돼 원금 손실의 위험을 줄였고, 한국투자증권의 ‘하프로스ELS’ 역시 녹인 발생으로 원금이 손실됐을 경우 원금손실률을 만기 기초자산 하락률의 절반으로 줄였다.

원금 손실의 변수를 아예 없앤 상품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절대수익형스왑’(ARS)은 투자원금을 모두 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안전자산에 투자해 원금을 보장해준다. 원금을 보장해주면서도 연 10%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해 판매 개시 1초 만에 목표모집금액 60억원을 달성한 대박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초까지 약 2조3,000억원 가량이 팔렸다.

단기자금 운용에 유용한 증권사 특판RP도 증권사들의 주력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다. KDB대우증권이 매주 월요일마다 총 100억원 규모로 공급하는 특판RP 상품에는 올 들어 현재까지 1,100억원 규모의 돈이 몰렸다. 3개월 만기에 금리가 연 3.0%에 불과하지만 이달 16일에는 3초 만에, 18일에는 1초 만에 완판됐다.

분산 투자 역시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증권사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고객 자산의 구성, 운용, 투자자문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랩어카운트 서비스 역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의 결과물이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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