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연봉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 보수한도를 또 다시 대폭 인상하려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봉은 현금 및 보너스, 성과연동 주식보상 등을 합쳐 줄잡아 30억 원 내외다. 그런데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 이사 성과주식보상 한도를 기존 5만주에서 7만주로 2만주(현 시가환산 약 5억7,000만원) 올리는 안건을 상정했다. 신한금융 역시 현행 30억 원인 이사 보수한도를 45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온 나라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터에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해당 금융사들도 설명이 없지는 않다. 하나금융은 “하나ㆍ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조직개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도를 늘려 잡은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은 “임기 5년차를 맞은 현 회장이 올해 장기성과급을 일시금으로 받을 예정이어서 한도를 높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 이익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대부분 금융사들이 인력감축을 추진 중인 현실에서 이사회가 그런 안건을 상정한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금융권 내에서조차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감시와 견제는커녕 여전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개탄하고 있다.
금융사들로서는 민간기업 이사보수를 사정에 맞춰 조정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수시로 막대한 부실을 국민 혈세로 충당하며 성장해온 엄연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금은 가뜩이나 심각한 소득양극화 해결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규직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비정규직의 소득과 처우를 개선키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오죽하면 경총에서 어제 “6,000만원 이상 근로자 임금을 5년간 동결하여 청년고용 확대에 나서자”는 얘기까지 나왔겠는가.
차제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CEO 연봉의 적정성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없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시장주의가 득세하면서 국내에서도 CEO 연봉이 100억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됐다. 금융지주 CEO들이 받는 30억 원만 해도 지난해 전체 근로자 평균연봉 약 3,800만원의 7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생산력의 개인차를 감안해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격차다. 스위스에서는 2013년 CEO의 연봉을 해당 기업 최저임금의 12배 이내로 제한하자는 국민투표까지 실시됐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소득양극화에 대한 반감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끝없는 욕심에 앞서 경제계 지도자 입장에서 사회 전체를 배려하는 양식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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