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원일치 결정
박정희 정권이 1971년 제정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당시 정치ㆍ사회적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된 국가긴급권인 국가보위법은 1981년 폐지 때까지 강압정치를 정당화시킨 악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26일 헌재는 서울고법이 제청한 국가보위법 위헌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대상은 이 법 가운데 국가비상사태 중 근로자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때 주무관청에 미리 조정을 신청해 따르도록 강제한 조항이다. 이를 어긴 근로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국가보위법은 규정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모든 근로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제한,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국가긴급권이 평상시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비상수단이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이 법 제정 당시 극단적 위기 상황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상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권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특히 “(해당 법률에 따른) 비상사태가 1971년 이후 약 10년 동안 유지됐는데 이는 국가긴급권을 일시적ㆍ잠정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80년 서울 구로구의 S사 노조위원장으로 근무하던 배모 씨는 같은 해 5월 주무관청에 조정신청 없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혐의(국가보위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배씨는 2012년 10월 재심을 청구하며 국가보위법의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심판을 제청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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